'내우외환'에 무너진 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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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에 무너진 LG전자
  • 박정자 기자
  • 승인 2010.07.28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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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비즈] 올해 2분기는 LG전자에게 최악의 분기로 기억될 듯하다. 내부의 근심에 울었고, 외부의 환난에 삐그덕거렸다. 휴대폰사업은 구조적인 문제에 봉착했다는 것이 업계의 주된 평가다. TV사업은 생각지도 못한 유로화 하락 탓에 곤두박질 쳤다.

그동안 LG전자는 성수기인 2분기에 좋은 실적을 보여왔다. 지난 2008년 2분기(일반기업회계기준 8560억 원), 지난해 2분기(국제회계기준 1조2992억 원)의 영업이익은 모두 전기보다 더 높았다.

이번 분기 영업이익은 전기(영업이익 5294억 원) 대비 1/4 수준도 안된다. 기존 시장 전망치였던 2500억 원 수준보다도 더 떨어졌다. 이번 분기 실적이 '어닝쇼크'로 평가되는 이유다.

특히 휴대폰사업의 심각성은 우려할 만하다.

MC사업본부는 올해 2분기 매출액 3조3727억 원, 영업손실 1196억 원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LG전자 MC사업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6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판매량(3060만 대)은 전기 대비 13% 늘었지만,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판가가 떨어지면서 수익성은 대폭 낮아졌다. 쉽게 말해 실속없는 장사를 한 셈이다.

하반기도 사실상 어렵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분간은 삼성전자 '갤럭시S'나 애플 '아이폰4'에 필적할 만한 전략 스마트폰 출시가 힘들기 때문이다. '상징 제품'의 출시 없이는 분위기 반전이 힘들다.

장기적으로는 운영체제(OS)와 소프트웨어 전략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도 큰 문제다.

IT업계에는 "OS를 잡는 이가 업계를 장악한다"는 말이 있다. 모바일 생태계 구축 경쟁에 혈안이 된 구글과 애플, PC OS에 이어 모바일 OS까지 넘보는 마이크로소프트, 뒤늦게 '바다' 플랫폼을 구축한 삼성전자 등 IT업계의 강자들이 스마트폰 OS 경쟁에 속속 뛰어드는 이유다. OS를 장악하면 다른 소프트웨어는 자연 따라오게 되는 구조도 만들어진다.

안승권 MC사업본부장 사장은 "독자 OS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향후 LG전자가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에 의존하는 단순한 휴대폰 하드웨어 제조업체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휴대폰사업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회사의 최고위경영진들도 인정했을 정도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어려워진 사업"이라고 했고,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회사가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했다.

매출액 5조3614억 원, 영업이익 281억 원의 경영실적을 올린 TV사업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유로화 하락이라는 핑곗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영업이익률은 0.5% 수준으로 추락했다. 영업이익은 전기 대비 84.56%, 전년 동기 대비 89.5% 줄었다. 그동안 부진했던 MC사업본부의 실적을 상쇄해줬던 HE사업본부 마저 이번 분기에 무너져 내리면서, 전체 실적이 내려앉은 형국이다.

그 때문에 LG전자의 하반기 TV사업은 더 중요해졌다. LG전자는 하반기 3D TV, LED TV 등 프리미엄 제품으로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내우외환에 빠진 LG전자가 흥망(興亡)의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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