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저가 수주는 안 해”
[매일일보] STX조선해양이 8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수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해 조선업계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24일 "발주처인 에버그린이 척당 1억 달러 이하의 가격을 제시했다"며 "정식 통보를 받지는 않았지만 가격 차이가 커서 8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에 대한 수주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만의 컨테이너선사인 에버그린은 지난달 삼성중공업에 80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을 척당 1억300만 달러에 계약했다. 그러나 STX조선해양에는 척당 9600만 달러의 선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STX는 현재 당초 에버그린이 제시한 금액보다 조금 더 높은 가격을 역제안한 상태다. 이번 건이 10척이 넘는 대규모 수주인 만큼 욕심은 나지만 결코 저가 수주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같은 STX의 입장은 향후 수익성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제 양보다 질… "회사 수익률 고려해 수주"
조선업계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납기 연장 및 수주 부진 등의 이유로 국내 조선사들의 매출과 수익률이 2012년에 최저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 등에 따르면 8000TEU 컨테이너선 기준 최고 선가는 지난 2008년 2분기와 3분기에 기록한 1억3700만 달러였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점차 하향세를 그리다가 지난 1월 8600만 달러를 최저점으로 다시 상향세로 돌아섰다.
이재원 동양종합금융증권센터 애널리스트는 "후판, 엔진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2010년 8월 현재 가격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2008년 수주받은 물량보다 2010년 수주받은 물량의 원가율이 선박의 종류에 따라 7~10% 가까이 높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현재 수주한 선박의 마진률이 2008년 호황기 때의 선가 대비 7~10% 포인트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조선업은 제조원가 중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고, 원재료 중 철강제품, 특히 후판의 비중은 제조원가 대비 15% 정도를 차지한다.
국내 조선업계의 경우 후판구입 비용이 업체별로 매출액의 9~17.7%를 차지한다. 결국 후판 등 선박 건조에 투입되는 비용 대비 수익률을 고려해야 하는 조선사에게 저가수주는 위험한 유혹일 수밖에 없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가 건조한 선박의 중고가는 중국 조선사가 건조한 선박보다 30% 높게 거래된다"며 "그런데도 글로벌 선사들이 중국 조선사가 제시하는 선가와 비교하며 가격을 낮추려 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해운 경기가 살아나면서 조선업계의 수주도 지난해 말부터 회복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선사들도 무조건 수주보다 가격 등 수주의 질을 따지게 됐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선가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조선사들이 수주할 때 자사가 자신 있는 선종 중심으로 선별 수주 하거나, 상대적으로 조건이 좋은 선박을 수주하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STX조선이 10여척의 컨테이너선 수주를 마다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제휴사=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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