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기자는 “섹스를 통해 해탈(解脫)한다”는 흥미로운 얘기를 우연히 접했다. ‘탄트라 섹스’를 하면 일반인도 깨달음과 열반의 세계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종교나 철학의 범주인 줄 알았던 ‘해탈’이 몇 십 년의 고된 수행 없이 일상다반사인 섹스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하니, 탄트라 섹스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다. 이에 기자는 탄트라 섹스의 성지(聖地)로 알려진 인도 ‘카주라호’에서 최근 귀국한 최석원(41ㆍ가명)씨를 어렵게 섭외해 탄트라 섹스 관한 실상을 들을 수 있었다.
감각과 호흡에 집중, 기(氣) 흐름에 몸 맡겨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최씨는 약 1년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홀연히 인도로 향했다. 베테랑 요가 수련자인 그는 4년째 요가 수행을 해오고 있다. 밤낮없이 요가 수련에 열중한 최씨는 회사는 물론 ‘여우같은 부인과 토끼 같은 자식’도 멀리했다. 이젠 아예 “섹스보다 요가가 더 좋다”고 밝힐 정도.최씨는 “30분 가량 매트 위에서 복식호흡을 하며 몸을 이리저리 구부렸다 펴고 있노라면 세상사 모든 시름이 풀리고 행복감에 도취된다”고 말했다.
건강을 위해 요가를 시작했다는 최씨에게 어느새 요가는 삶의 기쁨이 되고, 종교가 되고, 인생의 모든 것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요가의 본고장 인도에 가서 요가의 정수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소망을 늘 품고 있었다.
관념, NO! 육체, OK!
탄트라(Tantra)는 ‘정신적인 지식을 넓힘’ 또는 ‘불교 경전’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이다. 탄트라 요가는 대우주와 소우주, 즉 ‘세계와 인간이 본래 하나’라는 인도 전통의 실천 운동의 하나이다. 일반 종교에서는 인간의 육체를 더럽고 고통스러운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지만 탄트라에서 육체는 신이 거주하는 사원 또는 해탈을 위한 신성한 도구다. 때문에 탄트라요가를 통한 해탈은 관념적인 명상이 아닌 육체를 통한 해탈의 경지를 추구한다고 최씨는 설명했다.그는 지난해 11월 인도로 향했다. 탄트라 요가는 스승과 제자의 1:1 구전 방식만으로 전수되기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성지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현재 세계적인 탄트라 요가 섹스의 마스터(스승)로는 스와미 사라난다, 빔라 랄바니, 하리시 요하리, 게오르그 호이에르슈타인, 마르고 아난드 등이 꼽히고 있다.인도에 도착한 최씨는 봄베이에 있는 요가 아쉬람(힌두교의 영적 수양관)에 잠시 머문 뒤 곧바로 카주라호로 발길을 옮겼다. 카주라호에는 1000년 전 찬델라 왕국이 세운 칸다리아마하데바 사원이 있다. 시바신을 모시는 이 사원의 거대한 벽면은 온통 남녀의 교합상들로 가득차 있다.그곳에서 최씨는 어린 시절부터 시바 교단에 입성해 수십 년을 탄트라 요가를 수행했다는 ‘수보 하마타이’라는 이름의 마스터를 만날 수 있었다.
최씨는 그에게서 탄트라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처음으로 들어 볼 수 있었다.
“탄트라 수련은 성의 탐닉을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탄트라 수행의 핵심은 성 에너지를 머리로 끌어 올려 절대적 엑스터시를 무한히 누리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성을 초월해 영적 기쁨을 맛보자는 겁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정액은 정수리에서 생성돼 가슴을 타고 태려와 배꼽에 모입니다. 그리고 남녀가 교합할 때 성기로 방사됩니다. 하지만 정액은 생명의 에너지이기에 만약 함부로 정액을 낭비하면 인간은 죽습니다. 따라서 정액을 방출하지 않고 에너지의 흐름을 역회전시켜 머리 쪽으로 상승시킨다면 우주의 근원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열반의 길이 열리는 순간입니다. 이것이 탄트라의 정수입니다.”
성 에너지를 머리쪽으로???
설명을 마친 마스터는 최씨를 데비 자그단베 사원으로 안내했다. 사원 탑에 새겨진 적나라한 남녀 교합 중에서 하마타이씨는 최씨에게 탄트라의 ‘성의식’을 묘사한 상을 가리켰다. 평범한 사람은 따라 하기 힘든 어려운 체위로 남녀가 한 발로 서서 교합하는 상이었다. 마스터는 그에게 이 남자 수도자와 여 사제는 모두 오랜 세월 탄트라 요가를 수행했기에 고난위도의 자세가 가능하다고 말했다.인도판 소녀경, 접이불사(接而不射) 이론과 유사
마스터는 탄트라 요가 섹스에 무지한 최씨를 위해 가장 기초적인 설명을 이어갔다.
마스터 하마타이씨에 따르면 탄트라의 시작은 부끄러움 없는 육체와 정신의 만남이다. 남녀가 탄트라 요가를 수련해 섹스를 한다면 육체 뿐 아니라 영혼이 하나로 교감하는 것을 기의 흐름으로 느낄 수 있다.
서로의 몸을 천천히 만지거나, 쳐다보면서 긴장을 없애고 오직 행위에만 몰입해야 한다.
“이번엔 잘 해야지” “이렇게 하면 좋아할까” 따위의 고민은 날려 버리라는 것. 손끝이나 혀끝, 눈 등이 만지고 느끼는 감각에 집중할 뿐이다.
깊은 호흡, 즉 복식호흡은 행위의 집중을 유발하고 모든 몸의 감각을 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탄트라 섹스라고 하여 격렬하거나 힘든 체위를 초보자가 굳이 재현할 필요는 없다. 그저 두 사람이 감각과 호흡에 집중하며 기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 그것이 바로 탄트라 섹스라는 것이다. 과다한 기교가 필요하지 않고, 엄청난 체력이 요구되는 것도 아니다.
오늘부터 수련하면 영원한 환희
복식 호흡을 하는 요령은 들이마실 때는 최대한 배를 부풀려 횡격막을 위로 밀어 올린다. 끝까지 들이마신 다음, 잠깐 멈추었다가 최대한 천천히 내쉰다. 내쉴 때는 항문을 최대한 조여 준다. 이러한 운동을 계속해서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뜨거운 열기가 성기와 정수리를 통해 나가고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훈련은 남녀의 은밀한 부위 주변의 감각과 근육이 발달시키고 몸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도록 한다.또한 원활한 기의 순환과 긴장 이완을 위해서는 몸의 같은 부분을 접촉하게 한다. 예를 들어 입술과 입술, 손과 손, 성기와 성기 이런 식이다. 반대로 자극을 주기 위해서는 비슷하지 않은 것끼리 만나게 한다. 손과 귀, 입과 성기, 성기와 엉덩이 등. 마스터에 따르면 탄트라 요가 섹스는 이 두 가지를 순차적으로 병행한다.
고요한 집중과 예민한 감각으로 성 에너지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김종국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