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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 영화배우 권상우씨(31)를 협박한 혐의로 조폭 출신 전 매니저와 서방파 전 두목 김태촌씨가 기소되면서, 연예계로 깊숙이 침투한 조폭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특히 일부 조폭 비호세력은 1980년대 주먹 세계를 이끌었던 '양은이파', '서방파' 등 거물급 조폭을 배경으로 대형 연예기획사에 침투하거나, 직접 설립하는 방법으로 연예계에 '마수'를 뻗은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이들이 보다 확실한 이익을 위해 '한류열풍'을 노린 일본, 중국 등 해외 폭력조직과 연계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자금 유입 경로 등을 철저히 차단할 방침이다. ◇조폭과 연예계 연결고리 검찰에 따르면 조직폭력배나 이를 등에 업은 세력은 주로 매니저 등으로 연예기획사에 들어오거나 무명시절 맺은 인연으로 연예인들과 '질긴 끈'을 묶는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 등을 악용, 연예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연예기획사 인수를 통한 우회상장, 이벤트 행사, 매니지먼트 권한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해 불법 수익을 올린다. 이는 과거 연예기획사 등이 소속 연예인에게 부당한 계약 체결을 강요하고 이익을 착취하던 것과 대조된다. 한류열풍으로 스타들의 입지가 높아져 캐스팅, 전속계약 등에서 연예기획사가 소속 연예인들을 장악할 수 없기 때문에 조폭들이 침투할 수 있는 것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번에 기소된 음반제작업체 D사 전 대표이자, 연예기획사 P사(옛 D사) 대주주 한모씨는 또 다른 연예기획사 Y사의 주식상장 과정에 개입하고, 소속 연예인 약점 폭로를 무기 삼아 이 회사로부터 33억원을 뜯어냈다. 한씨는 권상우씨의 전속사인 I사를 운영하면서 전남 광주와 서울 강남에서 활동하던 폭력조직 S파 출신인 백모씨를 권씨 매니저로 고용했다. 한씨도 이 조직에서 일했었다. 백씨는 매니저로 일하는 과정에서 '양은이파'를 배후로 내세워 권씨를 협박, 매니지먼트 권한 독점 위임을 강요하다 쇠고랑을 차게 됐다. 한씨와 고교 선후배 관계인 케이블 방송 K사 및 D사, P사 전 대표 조모씨는 유명 연예기획사 수 개를 운영하면서 법인 회사자금 400억원을 개인 돈처럼 빼돌려 쓰다가 덜미를 잡혔다. 서방파 전 두목 김태촌씨도 일본 팬 미팅 행사를 하지 않았다며 "집으로 찾아가겠다. 피바다가 될 수도 있다"는 등 권씨가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위협을 가하며 행사 참여를 종용하기도 했다. ◇변하지 않는 조폭의 연예계 '기생' 광복 이후 조폭 임화수는 연예계 대부로 군림하면서 코미디언, 가수 등을 마음대로 주물렀다. 하지만 5·16 쿠데타 직후 군부의 연예계 정화사업 대상자로 적발돼 사형 당했다. 유신 시절에도 연예계와 끊임없는 악연을 이어가며 배를 불리던 조폭들은 80년대 들어 장악력이 정점을 이룬다. 당시 조폭들은 음반 유통시장 배후에서 부를 축적하는 한편, 나이트클럽 등 연예인의 밤무대 활동까지 손아귀에 거머쥔다. 이 때문에 연예인이 밤무대에 출연하기 위해서는 조폭의 관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 이러한 형태는 향후 10여년간 상승곡선을 그린다. 2000년대 조폭들은 사업을 '합법화'하기 위해 직접 연예기획사를 차리거나 투자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바꾼다. 일부는 건설 시행업을 하면서 연예인을 홍보에 활용하고, 연예인을 상대로 고리사채업을 벌이기도 했다. '한류열풍'이 일자, 연예인들의 해외 활동과 캐릭터 상품 판매 등으로 눈길을 돌리는 조폭들도 생겨났다. 스타급 연예인들은 단순한 엔터테이너를 넘어 중소기업 못지않은 수익을 거둬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보다 확실한 사업을 위해 일본, 중국 현지 폭력조직과 연계할 가능성도 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박충근 부장은 "일본 야쿠자 출신이 목사를 하면서 연예계에 개입한 것을 일부 확인했다"며 "'한류스타' 등 국내 문화사업 보호를 위해 지속적 감시와 (국내 연예인들의) 철저한 피해실태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정지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