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뮤지컬 ‘햄릿’이 지난 달 관객이 입장한 상태에서 두 차례 공연을 취소했습니다. 제작사 측에서는 당초 기술적인 결함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결국 임금체불로 인한 스태프와의 갈등문제로 밝혀지면서 관객들의 분노를 산 바 있습니다. 이 같은 임금 체불 문제는 오래전부터 한국 공연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하고 있는데요, 적폐청산 1순위로 꼽히고 있지만 매해 반복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국 공연계의 돌려막기식 관행과, 임금 체불.
언제까지 반복되어야 하는 걸까요?
이런 현상은 국내 공연 시장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쳐 발생하게 됩니다. 제작사들은 관객들을 모으기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하지만, 흥행에 실패할 경우 큰 재정적 압박으로 돌아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 작품의 수익금으로 이전작품에서 발생한 빚을 갚아나가는 돌려막기 식 제작 관행으로 인해 배우와 스태프들은 어쩔 수 없는 임금 체불 문제에 시달리게 되는 것입니다. 다수의 작품을 해 온지 어느덧 3년차에 접어든 이주연씨(가명),연극생활을 하며 때로는 출연료 미지급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합니다.
[이주연(가명)/ 3년차 연극배우]
"외부에 나가서 했던 공연이 있었는데 그 공연에 대한 페이,, 1회차 페이를 아직 못 받았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못 받는 걸로 아예 끝났어요. 대부분이 약간 열정을 많이 요구하는 인식이 많다보니까, 그런 관행이 많다 보니까..수익이 어떻게 분배되는지 그런 것들에 대해서도 배우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굉장히 많구요..."
[기자]
행복하기 위해 연극을 하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의 벽과 마주하다보면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입장입니다. <행복한 꿈과 현실의 벽 사이에서 갈등하는 예술인들>
예술인복지재단에 따르면 국내에서 이 같은 문제를 겪는 사례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박성수 / 예술인복지재단 불공정행위 담당 노무사]
"누적된 신고 사건이 약 400여 건 되는데 그 중에 한 80% 이상이 수익배분 거부와 관련된 사건입니다. 14년, 15년은 100건 미만이었고, 누적이. 16년부터 100건 이상이 됐죠. 올해도 뭐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150건, 200건 가까이..."
[기자]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신고건수는 공연계 예술인들의 깊어가는 한숨을 대변하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공연 관련 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을까요?
[이준민 / 공연기획사 전 기획실장]
"땅 값이 올라가고 그러면서 월세들이 올라가니까 제작자 입장에서 제작비를 줄일 수는 없으니까. 제일 깎기가 쉬운게 배우 페이에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배우페이가, 인건비가 계속 낮아질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되는거죠. 잘 되면 조금 더 많이 주겠다. 많이 챙겨주겠다. 그래서 많이 도와달라는 식으로 말을 많이 하는데, 그게 계속 악순환의 반복인 것 같아요.
제작자 입장에서도 작품을 버릴 순 없고 내가 가지고 있는 작품 어떻게든 살려야되니까... 버티기 싸움인 것 같아요. 연출이나 제작하는 사람들은 다들 버틴다 그러거든요."
[기자]
정부에서는 이미 이에 대비해 여러 방안들을 마련했습니다.그러나 예술인복지재단을 통한 다양한 복지사업들, 그리고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는 예술인 복지법도 연극계에 드리워진 그들을 제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이주연(가명) / 3년차 연극배우]
"예술인 복지법이 존재하는데 이게 실질적으로 임금 체불이라든지 그런 위기 앞에 놓였을 때 실효성이 없다고 보여지고,.."
[박성수 / 예술인복지재단 불공정행위 담당 노무사]
" 한계는 분명히 있죠. 못 받으신 예술인 분들의 최종적인 목표는 내가 못 받은 출연료를 받아야 된다는 것이기 때문에... 노동부처럼 할 수 있는 그런 제도가 법적으로 마련 된 그런 거나, 현재에 있어서 재정이나 이런 부분은 중장기적 판단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 점은 조금 아쉽습니다. 많이 아쉽죠. 조금이 아니라. "
[기자]
이렇게 예술인이 법적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아직도 미비점이 많은데요, 법뿐만 아니라 예술인들 자신, 그리고 그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시선과 인식의 변화도 시급해 보입니다.
[박성수 / 예술인복지재단 불공정행위 담당 노무사]
"본질적인 이유라고 하면은, 제작자나 극단대표의 기본 인식이 많이 결여가 되어 있는, 경영적인 마인드는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요소를 너무 많이 보시는 것 같아요.
가장 큰 문제가 신고사건의 대부분이 기간이 상당히 경과한 후에 신고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 정도 되면 사업주 조사하기도 힘들거든요."
[이준민 / 공연기획사 전 기획실장]
"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어야겠죠 사람들이. 공연이나 연극이나 아직도 사람들한테 대중화된 예술은 아니거든요. 그거는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힘들 것 같아요."
[기자]
어느 한쪽의 입장도 무시하기는 어렵지만, 이로 인해 예술인들은 자신의 권리조차 챙기기 힘든 안타까운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정부의 입장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요, 이런 사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봤습니다.
[차단비 /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정책과 사무관]
"아직까지 예술인 신문고에 대한 존재를 모르는 예술인들이 많고, 또한 예술인 신문고를 안다고 하더라도 선후배 관계나 또는 도제식 관계로 이루어진 좁은 예술 현장에서 신고를 했을 경우에 평판을 우려한 예술인들이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술인이 정당한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임금체불문제가 조속히 해결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향후 예술인 신문고 운영을 더욱 확대하고 홍보를 강화해서 예술인 대상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강력한 제재조치를 시행할 예정입니다. 또한 이를 통해서 예술 현장에서 수익 미지급이나 임금체불과 같은 불공정 관행이 개선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박성수 / 예술인복지재단 불공정행위 담당 노무사]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습니다. 예술인만 특별히 우대할 수 있는 것도 분명히 형평성의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사회적인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이 돼야지 법령 추진이나 이런 것도 같이 이뤄지게 될 겁니다."
[기자]
열정을 가진 직업, 예술인,그들의 순수한 열정에 비해 현실은 너무도 야박하기만 합니다.
[이주연(가명) / 3년차 연극배우]
"돈 문제로 이쪽 꿈을 포기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굉장히 많거든요. 정부에서 좀 더 많이 공고도 해주고 조금 더 현장에서 가까이에서 저희 목소리를 듣고 거기에 반영된 좀 실효성 있는 법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
[기자]
이제는 사회 전반의 노력으로 공연계에 감춰진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