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공간 자체로 작품제작, 예약관객 하루 40명 만 관람가능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주철환) 남산예술센터는 2017년 시즌 프로그램인 장소특정 공연 <천사 - 유보된 제목(연출 서현석, 아트선재센터 공동제작)>을 오는 8월 29일 부터 9월 3일 까지 남산예술센터에서 선보인다.일반적으로 공연은 극장이 주는 특수한 장소성과 시간성을 통해 완성되지만, <천사 - 유보된 제목>은 일반적인 치장을 하지 않은 극장의 공간 그 자체로 작품을 제작했다.- - 극장 공간을 소재로 한 퍼포먼스 '천사-유보된 제목' 8월 29일 개막
- - 하루 40명 관객, 총 240명 각기 단독 관람... 60분간 극장 곳곳 마주하는 연극
- - 서현석 연출, “극장 속 고독한 여정에서 자신의 내면과 조우하게 될 터”
서 연출의 작품은 관객이 낯선 장소 혹은 익숙한 장소에서, 그 장소를 낯설게 느낄 수밖에 없도록 두 눈을 가린 채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여정을 떠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반적인 공연의 관객은 객석에 앉아 무대장치와 희곡을 통해 공동체적인 감각을 공유한다. 하지만 서 연출은 관객의 체험이 무대에서 객석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닌, 관객이 직접 걸으며 현장과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는 상황을 경험하는 장소특정 퍼포먼스 작품들을 제작해왔다.
하루 40명 관객만 관람가능한 특정장소 퍼포먼스
60분 동안 한명의 관객이 극장을 여행하는 <천사 - 유보된 제목>은 하루 40명의 관객만 관람이 가능하며, 예매를 통해 사전 예약된 시간에만 공연이 진행된다.작품소개 - [극장 앞에 도착한 나(관객)는 홀로만의 자리에 앉는다. 문 너머로 덩그러니 건물 하나가 보인다. 극장이다. 인기척이 없다. 극장 안으로 들어가자 객석에도 아무도 없다. 무대 역시 텅 비어 있다. 자리에 앉아 무대를 바라본다. ‘드라마’가 발생하지 않는 무대는 외롭고도 낯설다.
문득 조명이 꺼지고 객석이 밝아지자 먼 곳에 한 사람이 보인다. 나처럼 홀로 앉아 있다. 그는 홀연히 다가와 무심하게 옆자리에 앉는다. 모든 극장에는 귀신이 산다고 했던가.다시 객석이 암전된다. 그의 기척이 느껴진다. 그는 손전등을 비춘다. 손전등은 나를 어디론가 이끈다.눅눅한 어둠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작은 소리들의 습격을 지나면 갑자기 온통 밝아진다. 눈이 부시다. 분장실이다. 방 한쪽에 그가 앉아 있다. 이제야 얼굴이 제대로 보인다. 어린 소녀다. 어떤 악마적인 동기가 숨어 있을 거라는 두려움이 녹아버린다 다시 깔린 칠흑 같은 어둠을 다시 소녀의 작은 빛이 가른다.소녀는 다시 나를 방 밖으로 유도한다. 소녀가 비추는 빛을 따라 가까스로 발걸음을 옮긴다. 엄청난 폐허 더미를 지나간다. 잔해 너머에는 또 다시 어둠. 그가 앉혀주는 의자에 가까스로 몸을 지탱한다. 천천히 어둠이 가시며 눈앞이 밝아진다. 아주 작은 형체가 보인다. 곧 그 형상마저 사라지고 소녀가 멀리 나타난다. 나에게 손짓을 한다. 나는 안개 속을 헤치면서 가까스로 그에게 다가간다. 그가 손에 닿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어둠이 나를 감싼다. 다시 소녀의 빛을 따라 어디론가 걸어간다.앞에서 고요한 바람이 불어온다. 불편한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이 아래쪽에서 아른거린다. 겨우 보일만 한 것은, 극장의 무대다. 텅 빈 무대. 무대가 사라질 무렵, 바람이 강해지기 시작한다. 점점 강해지더니 폭풍처럼 몰아친다. 굉음이 울리고, 바람 속의 부드러운 이물질들이 얼굴을 날카롭게 애무한다. 번쩍. 눈 앞의 섬광은 어둠 속의 검은 날개를 어렴풋이 비춘다.폭풍이 지나가고 다시 소녀를 따라간다. 문을 연다. 밖이다. 숨통이 트인다. 소녀는 앞서 계단을 오른다. 자꾸 올라간다. 가까스로 소녀를 따라가자 멀리 남산타워와 건물들이 보인다. 난간 옆에 있는 문을 연다. 커다란 방이 나타난다. 텅 빈 방. 연출 - 서현석 ]
<천사 - 유보된 제목>은 남산예술센터, 인터파크, 예스24공연 등 예매사이트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중학생 이상 관람가능.(문의 02-758-2150)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