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종무 기자] 취업포털 사람인에이치알(HR)[143240]이 잡코리아가 제기한 ‘사람인HR 저작권침해금지 등 청구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구인·구직 등 채용정보 시장의 ‘투 톱’인 잡코리아와 사람인에이치알(HR)이 채용정보 무단 복제를 둘러싸고 벌인 법정 싸움에서 법원이 잡코리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로써 10여 년에 걸친 양사의 법정 공방도 마무리됐다.

28일 잡코리아 측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사람인HR이 잡코리아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채용정보를 ‘크롤링’했고 이 과정에서 IP차단을 위해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해 IP를 분산시켜 자사 IP를 숨긴 사실이 인정된다”며 “사람인HR이 잡코리아의 채용정보를 기계적인 방법으로 대량 복제해 영리를 목적으로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게재하고 서버에 보관함으로써 사람인HR의 마케팅 비용 절감과 매출을 증대하는 등 이익을 실제로 얻었다”고 판결했다.

법원이 경쟁사인 잡코리아가 제공하는 채용정보를 사람인HR이 허락 없이 크롤링해 자사 영업에 이용한 것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 해당 정보를 잡코리아의 지적재산권으로 인정한 것이다.

크롤링은 무수히 많은 컴퓨터에 분산 저장돼 있는 정보를 특정 키워드 등을 활용해 긁어모아 검색 대상의 색인으로 포함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통상적인 크롤링은 주체를 명시하고 크롤링한 정보를 웹페이지에 나타낼 경우 출처를 밝히도록 돼 있다.

양사의 다툼은 9년 전 시작했다. 사람인이 2008년 잡코리아에 등록된 기업 채용공고를 무단 크롤링해 게재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후 강제조정을 통해 사람인HR이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등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 보였지만, 이후에도 사람인은 검색로봇을 이용해 같은 방식으로 채용정보를 무단 복제해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게재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사람인HR의 잡코리아 채용정보 무단 크롤링 행위는 부정경쟁행위임을 판결했고, 사람인HR은 이에 불복, 서울고법에 항소를 제기했지만 지난 4월 진행된 2심에서도 패소했다.

2심에도 불복한 사람인HR은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 역시 상고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면서 잡코리아의 승소를 결정한 서울고법의 판결을 최종 확정, 사람인HR은 더 이상 잡코리아의 채용공고를 복제·제작·보관하거나 인터넷에 게재할 수 없고 이미 복제한 잡코리아의 HTML소스를 즉시 폐기, 잡코리아에 2억5000만원의 손해배상액과 간접강제금 2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이번 재판부의 판결을 계기로 공정한 경쟁질서가 더욱 공고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을 담당한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이사는 “이번 판결은 동의를 받지 않은 무단 크롤링이 불법이라는 점과 잡코리아와 같은 UCC사이트도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밝혔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며 “이번 판결은 최근 잇달아 발생하는 후발업체의 무단 웹 크롤링 행위와 홈페이지 모방 행위, 홈페이지 무단 복제 행위 등 불공정행위를 근절시킬 수 있는 중요한 판례로 남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