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황동진 기자] '비리 백화점' 농협이 여전히 이 불명예스런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개정 농협법이 국회 계류 중인 상황에서도 '정치인 후원금 모집 의혹'을 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에 늘린 지역 단위농협에서도 연일 잡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조합장 선거 과정에서 온갖 부정?부패 사실이 드러나 구설수에 오르는가 하면, 고객 돈 횡령 등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사건사고로 바람 잘 날이 없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최근 경북 지역 한 단위농협 조합장이 회식 자리서 직원을 소주병으로 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해당 직원은 현재 뇌진탕 증세를 보여 입원 치료 중에 있으며, 조합장을 상대로 형사 고소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농협노조 대경본부 “반드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A조합장 “억울하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전국농협노조 대경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일) 경북 상주 함창농협 주임인 B씨는 공휴일인데도 불구하고 출근 했고, 오후 7시경 퇴근하던 그를 조합장 A씨가 붙잡아 술자리를 가지게 됐다.
소주병 사건 전말
이에 B씨는 동료인 C과장을 비롯한 직원들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니 이를 선처해달라고 역으로 부탁을 했다.
이런 말들이 오가던 중 조합장은 갑자기 옆에 있던 소주병을 들어 B씨의 머리를 내리쳤다. B씨는 너무 갑작스레 벌어진 일인 터라 조합장이 무엇 때문에 자신의 머리를 쳤는지조차 의안이 벙벙했다. 위협을 느낀 그는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하지만 그 다음날 심한 두통과 구토 증세를 보여 인근 병원을 찾았고 뇌진탕 증세로 보인다는 답을 얻었다.
B씨가 입원 중이라는 말을 전해들은 A씨는 곧바로 병원을 찾아갔다. 그런데 A씨가 찾아 온 이유는 따로 있었다. 병문안 차원이 아닌 자신의 과오를 은폐하려 했던 것이다.
A씨와 함께 찾아온 B씨의 상사는 “조합장이 4년, 8년 할지 모른다. 자네에게는 평생직장이 아니냐”며 사건을 조용히 덮으라고 협박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에 분개한 B씨와 그의 가족들은 A씨를 상대로 지난 9일 상주경찰서에 형사 고소했다.
엇갈린 주장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전국농협노조 대경본부는 지난 3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경본부는 “A조합장은 지난해 5월 조합장 취임 이후 농협 직원 11명에 대한 해고, 정직, 감봉, 주의, 견책 등으로 직원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며 “이번 폭행사건 이전에도 끊임없는 마찰을 빚어왔다. 이 사건 외에도 현재 고소, 고발 건이 더 진행되고 있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라며 분개했다.
또 “지역사회 갈등이 더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경찰의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며, 가해자는 반드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반면, 조합장 A씨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B주임과 술자리를 하는 도중에 서로 관점이 달라 다투게 된 것일 뿐”이라며 “B주임은 내가 일방적으로 소주병으로 머리를 내리쳤다고 하지만 사실은 나 또한 B주임에게 맞아 이마에 상처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다툼의 원인도 그냥 사소한 것일 뿐, B주임이 주장하는 것처럼 노조 문제로 인한 언쟁은 전혀 없었다”며 “병문안을 가서도 B주임을 협박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B주임과 그의 아내의 왜곡된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끝으로 그는 “한 집 건너 이웃 사촌지간인 조그만 시골에서 이웃 간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사소한 일을 가지고, 노조 측에서 너무 (나를)몰아세우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