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들, 입장 밝혀라’…정치권 한미FTA 연일 ‘맹타’
[136호 정치] 한미FTA 협상의 막판 정치적 타결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치권의 분위기가 갈수록 냉랭해지고 있다. 대부분이 FTA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지난 12일 종료된 한미FTA(자유무역협정) 8차 협상결과에 대해 한 목소리로 ‘즉각’ 중단을 촉구하며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정치권은 이번 협상결과가 졸속으로 추진된 것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하며, 국민적 합의를 거쳐 차기정부에서 협상할 것을 촉구 중이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반대 목소리가 팽배함에 불구하고 유력대선 주자들이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현재 진행 중인 한미FTA에 대한 견해를 밝히라고 촉구해 주목된다.
“밀실회담 통해 ‘퍼주는’ 협상한다” 정치권 반발
한.미간의 협상 테이블에서 어떤 거래가 오갔는지, 또 그것이 우리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국회도 국민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협상을 마무리 지으려하고 있다는 것이다.이들은 이와 관련 “국회의 권능을 무력화하는 반의회적 행태”라며 “국민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를 국민의 이해와 동의없이 졸속으로 처리하고자하는 반민주적 행태”라고 꼬집었다.이들은 “졸속으로 추진되어 온 한미FTA 협상은 절차성의 비민주성과 부당함 뿐만 아니라 내용상으로도 나라와 국민에게 전혀 이익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오히려 의료비 지출의 증가 등 서민생활의 불안정과 양극화의 심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이들은 이에 따라 △고위급. 정상급 회담을 포함한 일체의 협상을 중단하고 국민적 토론을 거쳐 차기 정부로 넘길 것 △한덕수 총리지명자가 한미FTA 돌파 내각을 지휘할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하며 인사청문회를 통해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할 것 △한미FTA의 졸속협상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연석회의 △정부가 협상을 계속할 경우 국민과 함께 협상준단 투쟁 등을 제안했다.이들은 다음 날인 지난 14일에도 국회 기자회견실을 찾아 “어제(13일) 노무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협상에 대해 시한에 쫒기지 말고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말했는데 지금까지 밀어붙이기식으로 졸속 추진해왔으면서 이제와서 안할 수도 있다고 입장을 선회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한미FTA의 즉각 중단을 재차 촉구했다.잇따른 기자회견으로 즉각 중단 촉구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뒤 한미FTA 협상과 관련해 “국내외 한미FTA체결에 많은 반대가 있기에, FTA를 체결하고 비준과정으로 가는 것이 정치적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철저하게 실익 위주로 협상하고 합의해야 하고, 이익이 되면 체결하고 이익이 안 되면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정치권에 묘한 파장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이들은 특히 “한미FTA는 우리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중대사안인데,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시장은 어떠한 입장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한나라당 유력 대선후보들은 현재 진행 중인 한미FTA협상에 대한 견해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한미FTA 협상 즉각 중단을 위한 정당, 국회의원의 ‘조건없는’ 정치회동을 곧바로 제안했다.권 의원은 14일 국회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노동당을 포함해 천정배 의원을 비롯한 민생정치모임, 통합신당추진모임, 한나라당내 반대 의원들, 열린우리당 내부의 한미FTA 협상 즉각 중단 필요성을 공감하는 의원들, 임종인 의원 등과 정치회동을 제안한다”고 말했다.민노당 “정치회동” 제안 눈길
이와 관련 민주노동당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은 협상단에 대해 막바지이니까 잘해라는 의미의 힘실어주기에 불과하다”면서 “대통령의 이 같은 이중적 플레이와 상관없이 투쟁을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열린우리당 최성 의원은 한발 나아가 ‘참여정부 청문회’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한미FTA를 추진 중인 현 정부에 대한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최성 의원(고양시 덕양을)은 “참여정부가 만약 국익에 배치된 한미FTA 협상을 졸속으로 타결할 경우 국회의 비준동의 거부는 물론, 참여정부 임기 중 한미FTA 청문회가 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최 의원은 같은 날 오전 한미FTA 협상결과에 대한 외교통상부장관의 보고에 대한 질의에서 “정부 내에서조차 한미FTA 협상 중에 중요한 기밀협상문건의 유출에 이어, 협상대표의 정부 부처 감사원 감사요청설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최 의원이 제기한 ‘국회 차원의 한미FTA 청문회’는 과거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이 “차기 정부에서 청문회가 열릴 우려가 있다”고 발언한 것보다 더 진전된 것이다.그는 참여정부 임기 중 국회차원의 청문회가 열릴 또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는 “협상결과마저 ‘투자자-국가소송제의 위헌논란, 광우병 우려가 있는 뼈있는 쇠고기 도입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에 있어 심대히 국가이익을 손실할 경우”라고 주장했다.“참여정부 임기 중 청문회 열릴 수 있다”
최 의원은 이에 따라 “정부는 초심으로 돌아가 무조건적인 협상타결에만 얽매일 것이 아니라 진정 국익에 입각한 협상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한미 FTA 협상의 최종결과가 도출될 경우 국회 비준 동의 이전에 국민투표 방식은 아니라 하더라도 국민적 합의절차를 반드시 거치는 방안을 대통령께 건의해서 추진하라”고 촉구했다.최 의원은 “외교통상부가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하고 있는지 아니면 미국의 통상압력에 대한 굴욕적 투항을 하고 있는지 혼란스러울 만큼 국익에 배치된 협상타결에만 집착하고 있다”며 “당장의 협상타결로 인해 부시행정부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고, 무언가 해냈다는 한건주의식 성과에 집착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은 정부가 한미FTA에 대한 국민의 정당한 의견표명을 원천봉쇄하고 취재기자를 폭행하며, 계엄시기에도 있을 것 같지 않은 공항봉쇄를 통해 이전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범죄행위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내며, “인간존엄성 파괴,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를 감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현재 정치권은 지난 10일 한미FTA 반대집회를 원천봉쇄하는 과정에서 공권력이 시위 참가자와 취재기자에게 폭력을 행사한 데 대해 “집회시위 및 언론의 자유를 짓밟은 비민주적 폭거”라고 비판하고, 이택순 경찰청장의 파면 및 관련자 문책을 요구 중이다.FTA 반대시위에 폭행까지…정부 왜 그러나?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12일 논평을 통해 “한미 FTA 반대 시위를 취재하던 기자들을 경찰이 무더기로 폭행한 것은 언론의 자유를 짓밟은 야만적 폭거”라고 주장했고,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이택순 경찰청장의 사과와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민주당 김정현 부대변인 역시 “한미 FTA는 국익과 직결돼 있는 문제로 이에 대한 의사표시는 국민으로서 당연한 권리로서 보장돼야 한다”면서 “무리한 진압과 원천봉쇄를 강행한 경찰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도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는 현재 청와대 앞에서 한미 FTA 협상중단을 요구하며 단식농성 중이다. 통합신당모임 양형일 대변인은 13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제까지 협상은 미국측이 제시한 내용으로 추진되면서 우리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높다”면서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한 졸속회담”이라고 꼬집었다. 양 대변인은 “졸속추진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사회적으로 번지고 있다”면서 “(정부는) 추진일변도의 자세를 버리고 국익을 위해 다시 한번 협상 내용을 살펴라”고 정치권 및 시민사회단체와 한 목소리를 냈다.FTA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지만 이처럼 구여권의 개혁성향 의원을 비롯한 각 정당 등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협상 중단과 재고를 요구하는 이른바 ‘협상 중단론’을 내밀고 있어, 협상을 추진 중인 정부는 한층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