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노무현 대통령이 한미FTA 협상 타결과 관련해 "철저히 손익 계산을 따져 우리의 이익을 관철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2일 밤 9시 50분부터 생방송으로 진행된 '한.미FTA 협상 타결 관련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에서 "FTA는 도전이다. 그동안 우리는 열심히 도전해왔고 그리고 성공했다. 앞으로도 성공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무엇보다 협상 타결로 농업분야와 제약산업에서의 우려를 일축하고 반대세력의 논리에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표현했다. ▲"농업은 국가가 보상, 제약은 경쟁력 높여야" 농업 분야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만약 수입물량이 늘어 소득이 줄면 국가가 소득을 보전해 주고, 부득이 폐업을 해야 할 경우에는 폐업보상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 농민의 60%가 60세 이상의 고령자"라면서 "농사를 그만두고 전업이 불가능한 고령의 농민들에게는 복지제도를 강화해 생활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제약 산업과 관련해 "우리 제약업이 언제까지 복제약품에만 의존하는 중소업체로 남아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 "이제 새로운 환경을 기회로 삼아 연구개발과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노 대통령은 "그 밖에는 지금보다 어려워질 분야는 없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미처 예측하지 못한 분야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 "그런 경우에도 정부가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한미FTA 시행 과정에서의 구조조정의 경우 "일반적인 실업과는 별도로 실업급여.전업교육.고용지원 등의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해 FTA로 인해 국민들의 생활이 불편해지는 일은 없도록 제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극화'지적 동의 못한다...쇠고기 검역 따로 논의" 특히 노 대통령은 FTA 반대 세력의 '사회 양극화 심화' 지적에 대해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단정지은 뒤 "농업 분야가 어려워진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일이고 이미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으므로 별도로 이야기할 일"이라고 일축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농업과 제약 분야 이외에 어느 분야가 더 어려워지고 실업자가 나온다는 것인지 물어보았으나 아무도 분명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면서 "그런데도 (반대하는)사람들은 근거도 밝히지 않고 막연히 '양극화'라는 말을 주장하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고 꼬집었다. 노 대통령은 협상과정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던 쇠고기 검역을 거론한 뒤 "쇠고기 관세는 협상 대상이지만 위생 검역의 조건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며 "따라서 이 문제는 원칙대로 FTA 협상과 분리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또 "지난날 뼈 조각 검사에서 한국정부의 전량 검사와 반송으로 미국이 앞으로의 쇠고기 협상과 절차 이행과 관련해 한국정부가 성실하게 임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을 갖고 수입과 절차의 이행에 관한 기한을 정한 약속을 문서로 해줄 것을 요구한 데서 비롯된 문제였다"고 한미 양측 협상단의 기나긴 줄다리기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결국)쌍방의 체면을 살릴 수 있는 적절한 타협이었다"며 "우리는(수입과 절차 이행에 관한 원칙을) 지킬 것이며 이 약속을 성실하게 이행하면 쇠고기의 수입이 가능한 시기를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니 '그것을 기한을 정한 무조건적 수입의 약속''이면계약'이라고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의료.문화 분야...아쉬운 대목" 노 대통령은 아쉬운 대목으로 교육.의료시장과 방송 등 문화산업 분야를 지칭하고 "아쉬운 대목이다. 문화산업도 이제 세계를 상대로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공공서비스와 문화적 요소는 보호하되 산업적 요소는 과감하게 경쟁의 무대로 나가야 한다"면서도 "이들 분야에 관해서는 우리 협상팀이 방어를 너무 잘한 것 같다. 칭찬을 할 일이기는 하나 솔직히 저는 불만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자동차.섬유 분야에 대해 "(FTA타결로)미국시장에서 미국산 하고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와 경쟁하는 요소가 더 크다"면서 "자동차와 섬유로 인해 미국이 손해보는 것 보다 우리가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노 대통령은 농산물 역시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장에서 미국 농산물이 우리 농산물 하고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 농산물과 함께 경쟁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손해보는 것 보다 미국이 훨씬 더 큰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매국'이라지만 '역량.줏대'없는 정부 아니다" 노 대통령은 또 한미FTA 추진 과정에서의 우여곡절과 강한 시민사회를 비롯한 정치권의 반대에 관한 소회도 털어놓았다. 노 대통령은 "그간 '미국의 압력'이라는 이야기가 난무했고, 길거리에서는 심지어 '매국'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면서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우리 정부가 무엇이 이익인지 손해인지조차 따질 역량도 줏대도 없고 애국심도 없는 그런 정부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반대 세력을 향해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 합리적으로 토론해 임해달라"면서 "그간 근거도 없는 사실과 논리도 없는 주장이 너무 많았다. 앞으로는 합리적인 토론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또 국회에서의 비준 동의를 의식한 듯 "이번 협상이 반대론자들의 주장처럼 문제가 있는 것인지 국회에서 전문가들의 책임있는 논의를 통해 객관적인 평가를 해주기를 제안한다"며 "정부도 국회에 나가 소상히 설명하고 토론에 적극 임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끝으로 "우리하기 나름이다. 아무리 FTA를 유리하게 체결해도 노력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앞서갈 수 없고 욕심에 좀 모자라더라도 우리가 노력하면 얼마든지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편 노 대통령의 이날 담화 발표에는 문재인 비서실장과 백종천 안보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전 수석 및 보좌관과 김병준 정책기획위원장,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김종훈 한미FTA 협상 수석대표 등이 배석했다. / 권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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