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 온도차 여전…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관건'
[매일일보 윤슬기 기자] 청와대는 외교‧안보 투톱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필두로 한 대북 사절단을 발표했다. 대북전략통인 서 원장과 대미관계 핵심인 정 실장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비핵화’를 위한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그리고 ‘북미 대화’를 성사시킬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사상 첫 ‘공개 특사’…북미 대화 관건
청와대는 4일 정의용 안보실장과 서훈 국장원장을 포함한 대북 사절단이 오는 5일 방북할 것이라 발표했다. 사절단은 1박 2일간 평양에 체류하면서 김 위원장을 면담하고,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북미대화에 나서고 이를 토대로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장관급 인사 두 명이 대북 사절단에 포함된 것은 전례가 없던 일로, 문 대통령의 남북, 북미를 둘러싼 문제해결 의지가 매우 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문 대통령은 대북통인 서 원장과 대미통인 정 실장이 원활한 대북협상을 이끄는 동시에 이를 토대로 대미 소통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앞서 서 원장은 지난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 당시 대북 협상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경험이 풍부한 명실상부한 대북전략통으로 꼽힌다. 정 실장 역시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 백악관 안보 핵심라인과 직접 소통이 가능한 인물로 대북 협상 결과를 백악관과 공유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이에 사절단 역시 의례적인 방문보다는 남북관계 회복과 북미 대화 조율이란 핵심 실무를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구체적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 재개,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 등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 정부가 단순히 북‧미간 중재역할에 국한하기 보다는 적극적 역할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 모멘텀을 유지하는 동시에 한반도 문제에 있어 '운전석'에 앉겠다는 포석도 깔려있다.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으로부터 한번에 비핵화 대화를 꺼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탐색적 대화에 참여하겠다는 대답을 북한으로부터 얻어내더라도 성과는 있다"고 말했다.▮북미 대화 온도차 여전…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관건'
문 대통령은 이번 사절단 파견을 통해 북한을 ‘북미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북한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고 동시에 북측에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특히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 고위급 대화가 성사됐고 이 같은 분위기를 북미 대화로 이어나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간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의 진전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대화를 견인해 내겠다는 구상을 밝혀왔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 특사 파견은 북미 대화 중재를 위한 승부수로 풀이 된다.*역대 대북 특사
그간 역대 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하기 위해 대북특사를 파견하곤 했다. 주로 정보수장이나 대통령의 최측근이 주로 그 역할을 맡았지만, 특사라고는 했지만 주로 사후에 알려진 밀사(密使)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번 대북 사절단은 사전에 면면과 일정을 발표하고 공개적으로 보내는 첫 특사다.대북 특사의 시작은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정희 정부는 1972년 5월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을 북한에 특사로 보냈다. 당시 이 부장은 김일성 주석을 면담하고 7‧4 남북 공동성명을 성사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전두환 정부에서도 박철언 안기부장 특보와 장세동 안기부장이 밀사로 나서 남북정상회담을 타진했으나 실패했다. 노태우 정부 역시 서동권 안기부장을 북한에 보냈지만 정상회담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김대중 정부에서는 2000년 3월 최측근인 박지원 문화부장관을 특사로 보냈다. 박 장관은 싱가포르와 중국에서 네 차례 남북 접촉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타진한 끝에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노무현 정부 때는 2005년 6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6자회담을 거부하는 북한을 설득하라는 특명을 받고 방북했고, 한 달 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했다. 이후 그해 9월 북핵 해결을 위한 로드맵인 9‧19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이번 대북 사절단은 지난 2007년 8월 방북한 김만복 국정원장을 끝으로 10년 만에 대북사절단을 파견한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