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세무조사의 계절, 은행권이 떨고 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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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세무조사의 계절, 은행권이 떨고 있다(1)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1.03.2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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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은행권이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정기 세무조사’의 시기를 맞았다. 지난해 세무조사를 받은 하나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은행들이 올 상반기 세무조사를 받게 된다.

국세청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에 대한 세무조사가 3월 초 시작돼 오는 6월 말까지 고강도로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국민은행, 신한은행, 외환은행, 씨티은행이 모두 상반기 세무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세금을 제때 꼬박 꼬박 냈으면 세무조사가 두려울 이유가 뭐 있겠나” 싶지만 대한민국 기업인들은 “경영이란 게 그렇지 않다”며 알쏭달쏭한 이야기들을 내놓는다.

고의든 실수이든 누락된 부분은 있게 마련이고, 그게 아니라도 개별 기업이 안고 있는 특정 세목이 과세대상이냐 아니냐, 또 과세대상이라면 누락된 세금을 얼마나 내야 하느냐를 가지고 소모전을 벌이는 것이 일상화된 ‘세무행정’의 풍경이다.

개별 기업들의 사정으로 들어가보면 이 ‘일상적 풍경’이 그야말로 사활을 건 문제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7년 정기 세무조사에서 매겨진 추징금 문제로 벌써 4년째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7년 2월7일부터 4월19일(조사일수 50일)까지 국세청 정기세무조사를 통해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법인세와 교육세 등의 명목으로 총 4131억9396만원(가산세 포함)을 추징당했다.


당시 국세청의 추징세목의 핵심 줄기는 2003년 9월 국민카드를 합병하면서 승계한 대손충당금 1조2664억533만원에서 비롯되었다.

이 문제는 금융감독원이 2004년 종합감사 과정에서 국민은행이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기업회계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 은행장에 대한 문책경고를 했고, 이로 인해 그해 10월 김정태 당시 국민은행장이 자리에서 물러나야했을 정도로 큰 문제였다.

국세청은 2007년 정기 세무조사에서 “국민은행은 합병과정에서 국민신용카드의 이월결손금을 승계 받지 못하게 되자, 오로지 조세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국민신용카드의 채권을 고가로 인수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거액의 세금을 부과했다.

행장이 물러날 정도로 심각한 사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은행은 국세청의 과세조치에 불복해 그해 8월13일 국세심판원(2008년 2월 조세심판원으로 개편)에 조세심판청구를 제기했다.

그리고 무려 2년 7개월이 지난 2010년 3월25일 추징세액 중에서 300억여원을 제외한 대부분을 그대로 인정하는 심판결과가 나왔지만 국민은행은 조세심판원 결정에 다시 불복해 지난해 6월 서울행정법원에 ‘법인세 등 부과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오는 4월1일 선고가 예정되어있다.

최고경영자가 물러나야할 정도로 사회적 파장을 낳았던 사건과 관련해 국세청이 부과한 세금을 끝까지 못 내겠다고 버티고 있는 국민은행.

어느덧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국세청 정기세무조사를 받아야하는 시기가 돌아왔다. 국세청이 이를 갈고 있을 것이라는 금융가의 풍문이 뜬 소문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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