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현혹시키는 카드사들
카드사들은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승자로 살아남기 위해 경쟁사보다 다양한 혜택과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며 고객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이러한 카드사들 간의 경쟁은 체리피커들에겐 반갑기만 하다. 현재 카드업계에서 추산하고 있는 체리피커 고객의 수만해도 전체 카드발급 고객의 10%에 달한다.
카드사, “체리피커 막아라”
A씨와 같은 체리피커들의 증가를 막기 위해 카드사들은 혜택을 받기 위한 기본조건으로 직전 3개월간 30만 원 이상, 전월 10~20만 원 이상 사용 등의 조건을 내걸고 있다. BC카드 관계자는 “혜택만 챙긴 뒤 경쟁 회사가 내놓는 신규 카드로 옮겨가는 체리피커를 막기 위해 카드사들은 다양한 규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자신의 소비 패턴에 맞는 카드 1∼2개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사용해야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객유치에 혈안이 된 카드사들은 신규발급고객에 한해 가입 달로부터 2~3개월까지는 전월 이용금액과 무관하게 각종 부가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어 계속해서 체리피커들의 표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김준현 여전감독실장은 지난 9일 머니투데이 기고를 통해 “금융산업 내부의 과도한 경쟁은 금융회사의 부실화와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저해시키며, 그 최종적인 부담은 국민이 져야 한다”며 “카드사들은 신규회원 유치를 위한 부가서비스 경쟁에 몰두하기보다 카드 사용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금감원이 직접 나서나?
카드사들의 과도한 경쟁과 체리피커들의 활개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은 지난 22일 신용카드 업체들의 무분별한 카드 신규 발급을 막기 위해 연회비를 반드시 부과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카드 표준약관’을 제정, 이르면 올 9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으로 카드사들이 일정액 이상 사용할 경우 연회비를 면제해 주는 카드를 내놓을 수는 있겠지만 조건 없이 연회비를 받지 않는 카드를 출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약관이 시행되는 시기인 9월 이전에 연회비 면제 카드를 발급받으면 연회비를 내지 않고도 각종 부가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또 금융감독위원회 측은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휴면카드는 자동 탈퇴되도록 하는 내용을 약관에 추가할 방침”이라며 “휴면카드는 지난 해 말 기준, 전체 신용카드 9,115만장의 32.9%인 2,999만장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은행계 카드사들의 경쟁심화 후유증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고, 실제로 신용카드는 2005년 말 8,290만장에서 2006년 말 9,115만장으로 1년 만에 10.4% 증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카드업계 ‘불만’
그러나 금융당국의 이러한 정책에 대해 카드업계는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이며, 개별 기업의 세부 마케팅에까지 감독당국이 관여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카드사들이 이러한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실제로 지난해 말 국내 주요 카드사들의 유실적 카드회원 비중이 72.1%로 2005년 같은 기간에 비해 휴면카드 회원의 비중이 3.9% 줄었다는 점에서다. 이에 대해 권혁세 금감위 감독정책 1국장은 “휴면카드 정리 등의 조치도 무분별한 카드 발급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사용자인 고객을 배제하고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고객 확보가 우선이라는 카드사와 이를 막는 금융당국사이의 줄다리기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두고봐야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