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夢) 중 섹스'…이상수면장애 '섹솜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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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夢) 중 섹스'…이상수면장애 '섹솜니아'
  • 매일일보
  • 승인 2007.06.0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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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지난 2005년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캐나다 토론토 출신 남성 장 루덱은 법정에서 다소 '황당한' 진술을 내 놓았다. 사건 당시 자신은 수면 중에 있었으며 피해 여성이 자신을 흔들어 '깨웠을 때' 비로소 자신이 하고 있는 행위를 인식했다는 것이다.
판사는 평소 몽유병 증세를 보였던 그가 무의식적인 상태에서 '비의도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음을 인정하고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캐나다법은 범행에 의도가 개입되지 않은 경우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처럼 잠든 상태에서 성관계를 시도하거나 혹은 성관계를 가진 뒤 깨어나면 자신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증세를 '섹솜니아' 혹은 '슬립섹스'라고 한다. 성관계를 말하는 '섹스(Sex)'와 잠을 의미하는 영어 어근 '솜니(somni)'를 합쳐 만든 '섹솜니아'는 몽유병과 같은 수면장애의 일종이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11일(현지시간)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수면장애인 섹솜니아를 소개하고 이것이 단순한 흥미거리가 아닌 심각한 개인적, 사회적 문제로 발전할 소지가 있는 만큼 증세의 홍보를 통해 적극적인 치료를 유도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햄프셔 대학의 칼로스 쉔크 심리학 교수와 마크 모하월드 신경학 교수가 지난주 미 수면학술지 '슬리프(Sleep)'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현재 의학 논문에 기록된 31건의 섹솜니아 사례는 실제보다 훨씬 축소된 것으로, 이는 질병의 특성상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증세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를 꺼리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미 학계는 지난 2005년까지 섹솜니아를 수면 장애로 공식 인정하기를 꺼려왔다. 뉴햄프셔대학의 마이클 맨간 교수는 지난 2001년 발간한 자신의 저서 '슬립섹스(섹솜니아):언커버드(uncovered)'를 통해 학계에서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섹솜니아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섹솜니아에 대한 웹사이트 게시판에는 자신의 증세를 토로하는 게시글이 1000개 이상이나 올라와 있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섹솜니아는 음란한 꿈과는 거리가 멀다. 꿈은 얕은 수면 상태인 렘(REM)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이 단계에서 우리 몸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반면 섹솜니아는 깊은 수면 상태에서 부분적 각성 상태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신체의 움직임은 자유롭다. 꿈은 상황에 따라 기억되곤 하지만 섹솜니아는 이성적 사고와 판단이 마비되고 운동성(locomotion), 섭식, 성행위 등을 관장하는 뇌부분만이 활성화 돼 있는 '정신적 간극(mential netherworld)'의 상태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깨어나고 나서도 회상이 불가능하다. 특히 이 같은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과음, 수면부족 등으로 숙면에 빠질 경우 섹솜니아와 같은 이상행동을 보일 확률이 높아진다. 많은 사람들이 섹솜니아를 '재미있는 증상' 정도로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많으며 실제로 어떤 면에서는 이 같은 요소가 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예를들어 매일밤 섹스를 요구하는 남성에게 거리낌없이 응하던 부인이 남편이 코를 골면서 자신과 관계하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던가 같은 증세의 여성이 매일밤 남편을 '더듬고' 이를 '신호'로 받아들인 남편이 호응하면 "왜 잠든 자신을 강제로 범하느냐"며 불평한다는 사례들은 대중의 흥미를 자극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섹솜니아가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상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섹솜니아 상태에서 남성은 평소보다 폭력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피해 여성의 충격은 더욱 클 수 있다. 이 같은 수면 중 무의식 상태에서 반복적인 자위를 했던 한 남성은 성기에 깊은 상처가 남아 몇년 동안 정상적인 성행위를 하지 못했다. 섹솜니아는 자신을 비롯한 가족, 주변사람들에게도 심각한 정신적, 신체적 충격을 안겨줄 수 있다. 쉔크 교수와 마호월드 교수는 대중이 섹솜니아를 수면장애로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섹솜니아는 클로나제팜과 같은 시판 정신안정제로도 충분히 증세를 가라앉힐 수 있다"고 말했다. / 정진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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