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청탁금지법인 ‘김영란법’의 시행 이후에도 직무 관련성이 있는 기관이나 단체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부적절한 관행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38명의 국회의원이 포함된 공직자 261명의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마침내 수면위로 드러났다.국민권익위원회는 김영란법이 시행된 2016년 9월 28일부터 올해 4월 말까지 1483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해외출장지원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피감·산하 공공기관이 감독기관 공직자의 출장에 비용을 댄 경우는 51건으로, 이들로부터 지원 받은 공직자는 96명이었다. 중앙부처중에서는 기획재정부, 통일부, 산림청 등이 포함됐다. 이들의 지원을 받은 공직자는 96명으로 △국회의원 38명 △보좌진·입법조사관 16명, △지방의원 31명 △상급기관 공직자 11명이다. 일부 국회의원은 모 피감기관이 지원한 해외출장에서 단순한 교류협력 강화를 위한 관계자 면담의 행사만 소화했고, 시의원 10여명은 과학기술전시회를 단순 참관하며 비용을 지원받았다. 이는 해외출장 성격이 단순한 기관 방문, 현지조사 등에 그쳐 출장지원 대상을 감독기관 공직자로 한정할 이유가 없는 사례에 속한다.피감·산하기관이 아니더라도 밀접한 직무관련성이 있는 민간기관이나 단체의 지원으로 해외출장을 간 공직자도 165명에 달했다. 이들 공직자는 28개 기관 소속으로 86건에 걸쳐 부당 지원을 받았다. 여기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방부 등 중앙부처와 10여 곳의 공기업이 속했다. 이들은 주로 지도 및 감독 등으로 이해관계에 놓이는 민간기관·단체로부터 법령에 근거하지 않거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 계약행위 등으로 해외출장비용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정부부처는 위탁납품업체로부터 매년 관행적으로 포상 차원의 간부 공무원 부부동반 해외출장비를 지원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기업 중 한곳은 마케팅 목적의 해외 공동설명회를 하며 계약·감독업무 관계에 있는 민간항공사로부터 항공권을 지원받기도 했다. 사실상 ‘을의 위치’에 있었던 민간기관으로부터 법률상 근거 없이 해외출장 비용을 지원받아 온 것이다.한편 이번 점검은 권익위와 기재부·교육부·행안부 등이 주관했다. 권익위는 이번 결과를 감독기관 및 소속기관에 통보했으며, 위반사항이 사실일 경우 수사를 의뢰해 합당한 조치를 받게 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권익위는 이번 실태조사의 목적이 부정한 사례의 적발보다는 제도 보완에 맞춰져 있어 피신고인 대면조사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