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수량화 하기 힘든 많은 위험들이 있다. " 머빈 킹(Mervyn King) 영란은행 총재가 최근 털어놓은 고충이다.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 중앙 은행 총재들의 고민의 수위가 한층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 2년간 금리를 묶어두기로 한 가운데 영국의 영란 은행도 금리 동결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는 것이 파이낸셜 타임즈의 전언이다.
취임후 강력한 정책 공조 의지를 피력해온 한국은행 김중수 호도 이러한 흐름을 비껴갈 수 없었을 법하다. 한국은행은 11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3.25%로 두달째 동결했다.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은 늘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지만, 이번 결정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타이밍을 늘 비판해온 시장 전문가들도 이번에는 한은이 기준 금리를 낮출 수도 있다는 관측마저 제시할 정도였다.
유럽 재정위기는 그리스, 아일랜드, 이탈리아를 넘어서 프랑스를 정조준하고 있다. 프랑스는 신용 등급 강등의 다음 타깃이 될 지 모른다는 '관측'에 몸살을 앓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컨틴전시 플랜'을 지시했다. 유럽은 위기를 세계 각국에 실어 나르고 있다. 공포와 충격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는 모양새이다.
한국은행의 고민도 더 깊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벌써부터 기준 금리를 좀 더 일찍 올렸으면, 정책 선택의 폭이 더 넓어졌을 것이라는 비판도 고개를 든다. 일찌감치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린 호주가 이번에 금리를 인하한 것을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고 한 시장 전문가는 지적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소비자 물가이다. 최근 생산자 물가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가운데, 7월 소비자 물가도 올 들어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고공비행을 하는 등 물가상승세는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홍춘욱 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다드앤푸어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금리인상을 예측했던 시장의 분위기가 일주일새 급변했다"며 "근원물가 상승세, 주식시장 여건 등을 감안할 때 이번 달이 금리 인상의 적기였는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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