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30일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다른 군기피자와 동일하게 형사처벌하도록 한 병역법 88조 1항 1호, 향토예비군설치법 15조 8항에 대해 재판관 7(합헌)대 2(한정위헌)의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재판소는 "양심의 자유가 제한되기는 하지만, 해당 조항은 징병제를 근간으로 하는 병역제도 하에서 병역자원 확보,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 국가 안보라는 중대한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입법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대체복무를 허용하더라도 이같은 공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쉽사리 판단할 수 없는데다, 종교적 양심이든, 비종교적 양심이든 가리지 않고 규제하고 있으므로 종교를 이유로 차별하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가입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은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있으나, 이를 명문화한 국제인권조약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며 "헌법상 국제법 존중 원칙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강국, 송두환 재판관은 "양심적 자유와 병역 의무라는 헌법적 가치와 법익이 상호 충돌하고 있다"며 "현역 복무를 대신할 만한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으나 소수에 그쳤다.
현행 병역법과 향토예비군설치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2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군 복무를 거부한 경우엔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집총(執銃) 등을 허용하지 않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 복무 등을 거부해 기소된 박모씨 등에 대한 재판을 맡은 춘천·울산·전주·수원지법과 대구지법 김천지원은 해당 조항들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박씨 등은 "대체복무수단을 마련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지적했으나 국방부는 국가 안보 등을 내세워 '합헌'이라고 맞서왔다. 특히 '거짓'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양산될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한편 재판소는 2004년 병역법 88조 1항 1호에 대한 위헌제청 사건에 대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관들도 7대 2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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