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TV 허용논란의 진실…국민 채널선택권 강화라더니, KT 주머니 불려주나
장관 손에서 ‘권고’가 ‘의무’로 탈바꿈 해…최대수혜자는 스카이라이프 최대주주 ‘KT’
KT 비호 정책 폐지하라 VS 자기 밥 그릇 위해 소비자 볼모 삼지 마라

최근 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접시안테나 없이 위성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SMATV(위성방송 공동수신 설비)’ 허용 방안을 놓고 정통부와 케이블TV업계의 대립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통부는 경쟁매체 간의 공정경쟁과 국민들의 매체선택권 등을 이유로 SMATV를 허용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이하 케이블협회)는 “SMATV의 허용은 스카이라이프의 최대주주인 KT에 대한 특혜”라며 “방송법을 위반하는 이번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정부의 정책개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정통부는 지난 9일 SMATV가 가능토록 하는 규칙개정안을 11월까지 규제개혁위원회 및 법제처 심사를 거쳐 규칙 개정령을 공포, 시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통부가 도입하고자하는 SMATV란 공시청안테나(MATV) 설비를 이용해 위성방송을 송출하는 시스템으로 MATV 선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기존의 접시안테나 없이도 위성방송 시청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이번 입법안의 시행으로 공동주택 입주자들의 매체선택권이 보장되고 공동주택 미관 훼손ㆍ자원낭비 방지효과 등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케이블협회 측은 현 개정안 내용 그대로라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오지철 회장은 지난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SMATV 도입을 전면 부정하는 게 아니라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거쳐 허용하고 그 범위와 방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MATV는 애초에 의무화가 아니었다”
물론 SMATV 논의는 갑작스레 대두된 것은 아니다. 정통부는 지난해 11월 SMATV에 대한 관계단체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위해 정통부, 방송위원회, 케이블협회, 교수 등 업계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된 ‘MATV전문협의회’를 조직했다.

약 8개월간의 논의를 거쳤지만 합의점 도출에 실패한 협의회는 지난 8월 최종보고서를 통해 “SMATV에 대한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법률적 해석’이기에 완벽하게 심의하기에 한계가 있었다”며 신중한 추가검토 필요성을 지적했다. 또 “SMATV가 허용된다면 ‘입주자가 원할 경우’라는 조건을 붙이자는 게 (스카이라이프를 포함한) 위원 대부분의 의견이었다”고 밝혔다.그러나 이러한 협의회의 의견과 달리 정작 정통부가 내놓은 MATV 개정안은 ‘SMATV 의무화’였고, 적용대상이나 기간에 대한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아 기축건물에 대한 소급적용 될 수 있다는 가능성마저 안고 있다. 케이블협회 한 관계자에 따르면“협의회에서도 기축건물에 대한 SMATV설비는 ‘당연히’ 배제하고 논의하지 않았다”며 “정통부 관리들이 장관에게 제출한 SMATV관련 문건에는 애초부터 ‘의무화’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의무화는 장관선에서 추가된 것”이라면서 배후배경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KT 인터넷 신청하면 스카이라이프는 공짜(?)

케이블협회에 따르면 이 문제의 핵심본질은 정통부와 스카이라이프 대주주인 KT간의 은밀한 전선 형성. 협회 측은 정통부가 케이블TV 측과 일말의 논의도 없이 입법추진을 강행했다는 점을 들며 정통부의 ‘KT 밀어주기’라는 주장과 함께 위성을 통해 방송신호를 전달해야하는 스카이라이프에게 MATV 선로이용을 허용하는 것은 명백한 특혜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방송법 제2조 2항에는 종합유선방송(케이블TV)사업은 종합유선방송국을 관리ㆍ운영하고 전송ㆍ선로설비를 이용해 방송하는 사업이며, 위성방송사업은 인공위성의 무선설비를 소유 또는 임차해 무선국을 관리ㆍ운영하며 이를 이용해 방송하는 사업이라고 명시돼있다. 케이블TV 업계가 위성방송이 유선 공동시청망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방송법에 저촉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다.  이와 관련 KT 한 관계자는 “케이블TV 업계는 밥그릇 뺏길까봐 투정부리는 어린아이 같다”며 “소비자의 시청자 선택권을 넓혀주는 정책에 대해 이처럼 강하게 반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케이블협회 측은 SMATV 법안이 채택될 경우 KT가 통신에 이어 방송에서도 거대 사업자로 부상해 국내 방송통신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케이블TV 비상기획단 이덕선 단장은 지난 11일 규탄대회에서 “세계 최저수준의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서 벌써부터 ‘KT 인터넷을 신청하면 스카이라이프가 공짜’라는 전단지가 버젓이 나돌고 있다”며 침통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 정보통신부 유영환 장관은 지난 18일 국정감사에서 “SMATV 개정안은 작년 말부터 전문협의회를 통해 논의돼왔다”며 “케이블TV 사업자들과 합의점을 도출하진 못했지만 충분히 의견을 수렴했고 이를 참고해 SMATV 개정방안을 만들었다”고 언급했다.

스카이라이프 “이게 웬 떡”

정부의 SMATV 의무화 시책으로 스카이라이프 측은 잔칫집 분위기다. 협의회 논의 당시 “‘입주자가 원할 경우’ 위성방송 공동수신설비를 설치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한다”던 단서를 달았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입장이다. 최근 스카이라이프 측은 “공동주택 거주 국민이라면 어떤 방송이든 MATV를 통해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두고 특정 사업자(케이블TV)가 독점적 이용권을 주장한다면 이는 국민의 매체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스카이라이프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시청자의 매체 선택권을 보장하는 조치이므로 유료방송시장을 왜곡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정경쟁을 통해 유료방송시장의 질서를 정상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관련 케이블협회 오 회장은 “SMATV 정책은 시청자의 매체선택권 확대로 과대 포장됐다. 매체선택권이 아닌 이용접근성, 편리성 제공이 맞다”며 “정부는 스카이라이프의 최대주주인 KT에 특혜를 주기 위해 케이블TV 사업자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케이블협회 측은 이번 정책 추진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며 SMATV 정책이 철폐되지 않을 경우 헌법소원까지 제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