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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휴사=뉴시스】이른바 '삼성 떡값' 문제로 법조계가 술렁이고 있다. 현직 대법관과 검찰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삼성측의 금품로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에서 이번 파문이 대선까지 뒤덮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분분하다. 그동안 삼성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언론일지라도 성역의 아성이 무너지는 순간만큼은 흥미롭게 취재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지난달 29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사제단)이 삼성그룹의 현직 판검사 떡값 리스트를 확보하고 있다고 발표, 법조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검찰은 삼성이 정기적으로 떡값을 건네면서 친(親)삼성 인맥을 관리했다는 폭로에 바짝 긴장했고, 법원도 1년 전 사법부의 권위를 바닥으로 떨어뜨린 '고등 부장판사 법조비리' 사건의 뼈아픈 기억을 곱씹어야 할 처지에 몰렸다. 이런 가운데 예상보다 일찍 3일 한겨레가 폭로한 '이건희 회장의 로비지침'은 실로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삼성의 돈을 받으면 뒤끝이 없다'는 불문율이 깨질 수 있음을 엿보게 해주기 때문이다. 삼성의 막강 로비가 공공연한 사실인 마당에 그룹 총수의 직접적인 개입을 방증하는 문건의 공개는 이미 한 치 앞도 상황을 내다볼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에 앞서 삼성이 검찰 간부 40여명을 특별관리 해왔다는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법무팀장 출신 김용철(49) 변호사의 발언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삼성을 더욱 더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일류기업 삼성의 후진적 결함을 지적해 온 시민단체들은 이번 파문을 최고 엘리트기관인 법원과 검찰을 쥐락펴락해 온 삼성의 로비 실체가 베일을 벗게 될 계기로 기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 변호사의 폭로 배경을 놓고도 설왕설래가 오간다. 7년간 삼성 간부로 일하면서 100여억 원을 챙긴 그의 행동을 순수한 의도로 보기 힘들다는 말들도 여론에 회자되고 있다. 뭔가 배알이 꼬일 대로 꼬이지 않고선 초강수를 둘리 없다는 곱지 않은 시각도 많다. 일례로 광주고검장 출신의 법무법인 서정 김모 대표변호사와의 불화설도 꼽힌다. 김 변호사와 함께 일할 것을 제의한 광주일고 선배인 김 전 고검장이 후배인 김 변호사와 멀어지게 된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관건이다. 2004년 삼성을 떠난 뒤에도 고문료 명목으로 매달 2200만원씩 올 9월까지 7억여 원을 받은 김 변호사가 삼성과 지독한 불화를 겪지 않고선 성역을 향해 칼을 빼들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풀이된다. 애초 삼성측은 김 변호사가 서정에 좀 더 머무르는 대가로 일정한 지원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의 주장과는 다른 대목이다. 김 변호사는 삼성측이 서정에 압력을 가해 2달간 회사를 떠났고 그 이후 복직이 되지 않아 정든 법무법인을 떠났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삼성은 그가 밖으로 나와 삼성을 비난할 것을 우려해 서정에서 붙잡아둘 것을 권고했다고 한다. 서정 측은 그러나 이 같은 제안을 거절하고 김 변호사를 방출했고, 결국 직장을 잃은 김 변호사는 폭로에 나섰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사제단측은 자체 검증을 거친 결과 김 변호사의 주장이 구체적이고 진실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사제단 관계자는 "그 스스로 탈법과 불법을 자행했지만, 그런 결함을 털어내려는 확고한, 진정한 고백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파문의 끝은 아직 함부로 속단하기 힘들다. 검찰 수사의 칼끝은 아직 '은둔의 왕국'인 삼성을 정조준하지 않고 있다. 사제단의 3차, 4차 폭로 내용에 따라선 삼성그룹의 편법 경영권 승계에도 가공할 파급력이 미칠 것으로 점쳐지기도 한다. 떡값을 받은 비리 법조인 명단을 확보한 사제단은 내주 중 이건희 회장과 삼성을 검찰에 고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