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부, 한전 등에 따르면 15일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사고 원인은 무더위로 인해 일시에 급증한 전력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전력난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이날 오후 3시께 전력예비력이 안정유지수준인 400만㎾ 이하로 하락하자 즉시 자율절전(95만㎾ 규모)과 직접부하제어(89만㎾ 규모)를 시행했다. 이후 전력예비력이 400만㎾를 넘지 않자 30분 단위로 지역별 순환정전을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강남, 여의도 등 기업이 밀집한 서울 도심은 물론 일부 지방에서도 전력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정전피해가 속출했다. 은행, 공장 등 산업계 뿐만 아니라 자영업을 하는 상인들도 일부 피해를 입었다. 하반기 수시모집을 진행중인 대학들은 정전피해로 접수기능이 마비되자 기간을 연장했다.
한전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30분 현재 정전피해는 전국적으로 약 162만호로 지역별로는 수도권 46만호, 강원·충청지역 22만호, 호남지역 34만호, 영남지역 60만호로 집계됐다.
이번 정전사고는 발전소 고장 등과 같은 근무기강 해이로 인해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수요예측 실패가 초래한 인재(人災)나 다름없어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를 상대로 금전적인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정부 내에서 이번 정전사고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곳은 지경부, 한전, 전력거래소 등 3곳이다. 지경부는 전체적인 전력수급관리를 총괄 담당하고 있고, 한전과 전력거래소는 정부 방침과 자체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전력수급관리를 조절한다.
일단 정부는 일각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발전소 고장으로 인한 전력공급 차질에 대해선 부인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발전사별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1인 1설비 책임제' 운영 등을 통해 설비 고장에 의한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고, 점검에 소홀한 사실이 적발될 경우에는 담당자에 대한 무보직 발령과 함께 지휘계통의 연대 책임을 묻는 등 시설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추세다.
한전 관계자는 "정전 원인은 사고가 아니라 전력예비율 감소에 따른 대응이며 사전에 준비된 매뉴얼 대로 지역별로 순환정전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전력거래소에서 전력수급 조절 조치에 따라 한전에서는 전국 사업소에 적색비상을 발령하고 전원 비상근무를 시행하고 있으며, 해당 정전고객에 대한 안내를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 역시 정전사고 원인과 관련, "발전소 고장 문제 때문이 아니라 더운 날씨로 인해 전력수요가 급증해 시나리오에 따라 전력을 차단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추석 연휴 이후 기온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하절기 전력수급기간(6월27~9월9일)이 지난 뒤 발전기 계획예방정비(834만㎾)를 시행 중이다.
이로 인해 일부 발전소들이 보수나 정비문제로 가동을 중단하면서 발전량이 감소했고, 이런 상황에서 무더위로 인해 전력수요가 몰리자 예상치 보다 많은 320만㎾ 규모의 수요가 증가했다.
결국 정부는 갑작스런 폭염으로 인한 전력수요 급증으로 전력난이 발생한 것으로 해명하지만 기상상태를 고려해 수요를 예측하지 못하고 수급조절 관리에 실패한 정부의 책임도 명확하다.
또 이날 전국 곳곳의 대규모 정전사고를 직접적으로 초래한 순환정전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전력거래소측은 순환정전을 실시한 배경에 대해 "주파수, 전압, 전력을 같이 놓고 판단하는 전문 영역"이라며 "순환정전을 해도 필요한 전력 양에 우선순위가 있다. 규정에 따라 고층아파트는 정전 지역에서도 순위가 뒤로 밀린다"며 매뉴얼에 따라 원칙적으로 대응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경부는 이날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한 듯 담당 차관과 국장 등을 중심으로 사무실을 분주히 오가며 원인과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지경부는 현재 한전, 전력거래소와 함께 전력공급역량 확충과 수요절감에 초점을 둔 대책을 마련 중이며, 명확한 정전사고 원인이 파악되는 대로 관련자에 대한 징계논의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정전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관이나 개인에 대해선 세부적인 규정에 따른 보상여부를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정전사고에 따른 피해규모는 다음 주중에 추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지경부 고위관계자는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두고 지금 TF수준으로 전 직원이 참여해서 대책마련을 논의하고 있다. 규정에 피해보상 규정이 있어 보상도 가능하다"며 "만약 정부에 책임이 있으면 징계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이날 전국적인 정전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최 장관은 "오늘 전력수급 상황이 급변할것을 예측하지 못해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사전에 예고하지 못한 상태에서 순환 정전이라는 불가피한 조치를 하게 됐다"며 "국민여러분께 큰 불편을 끼쳐 드리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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