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은 이어 “오늘 발파작업의 경우 공사의 목적 자체가 본 발파에 앞서 이뤄지는 테스트였기 때문에 구럼비 바위에 큰 영향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도정 “발파 강행 시 특단 대책 강구” 사전 경고했지만 깔끔하게 무시
도 전체가 들썩, 각계 성명 쇄도…야5당 제주도당 “도민 자존심 짓밟았다”
서귀포시민회의 “해군의 선전포고로 서귀포시민의 권리와 자존감 유린돼”
구럼비 바위는 강정해안의 약 1.2km 길이의 폭은 약 200에서 500m까지 되는 넓은 하나의 너럭 통바위로, 바위 속에 실핏줄처럼 샘물들이 살아있고, 여기에서 마실 수도 있는 깨끗한 물이 샘처럼 솟는 바위이다. 해군의 구럼비바위 시험발파에 앞서 제주특별자치도는 우근민 지사가 해군에 전화를 걸어 발파 중단을 요구하는 동시에 ‘긴급 입장’을 발표, 해군의 시험발파에 유감을 표명하며 시험발파 중단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제주도는 “15만t급 크루즈선의 자유로운 이용에 대한 도민적 의구심을 해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시험발파를 강행할 경우 제주도정의 정책 방향과 의지가 훼손당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경고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역시 해군의 시험발파 강행에 대해 유감을 나타내며 해군기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식 성명서를 통해 발파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성명에서 도의회는 “해군기지 추진에 대한 의혹이 더 불거져 있는 상황에서 구럼비 해안 발파를 강행한 것은 더 이상 소통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의회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과 강정포구 앞 해상에서는 해군의 시험발파를 막기 위해 강정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의 항의가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서귀포경찰과 서귀포해경에 총 10명이 연행됐으나 모 신문사 취재기자가 현장에서 풀려나면서 총 9명이 연행됐다.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은 “도에서도 발파 중단을 공식적으로 요구했고 마을주민들이 그렇게까지 발파작업을 중단할 것을 목놓아 소리쳤지만 해군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발파를 강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대책위원장은 “내일(7일) 오후 우 지사와 면담을 가질 때 구럼비 바위를 문화재로 가지정하는 문제에 대한 확답을 받아낼 것”이라며, “문화재 가지정이 될 경우 구럼비 바위에 대한 가치평가를 하는 기간 중에는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하무인, 도 넘었다”
이날 강정마을회는 성명을 내고 “해군의 안하무인이 이제 도를 넘어섰다”며 “구럼비 바위는 민속학적인 가치가 높으며 문화재적 가치마저 높아 전문가들이 이미 우근민 도지사에게 문화재 가지정을 요청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범대위는 이어 “해군의 몰상식한 밀어붙이기는 암묵적으로 공사강행을 묵인해 왔던 도정의 책임도 크다”며 “도는 제주도민의 여론은 물론 제주도의 의지마저 심각하게 훼손당한 이상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해군기지 공사 중단 및 재논의를 위한 제주지역 교수협의회’ 및 제주지역 교수 133명은 시험발파 이튿날인 7일 “우근민 지사가 직접 나서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그 다음에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 지사에게 제주해군기지 공사 중단 요구를 청원하면서 “현재 강행되고 있는 해군기지 공사는 총체적 부실로, 6일 구럼비 발파작업은 도민의 자존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무자비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총체적 부실로 강행되는 해군기지는 제주에 이익을 가져올 수 없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어떠한 윈윈전략도 찾을 수 없다”며 “도지사직을 걸고 강력하게 공사중단을 정부와 해군에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교수협의회 소속 회원을 비롯한 제주지역 교수들고 기만과 의혹 그리고 탈법으로 강행되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데 합의했다”며 “해군기지 문제의 평화적이고 합리적 해결을 위해 정부에게 공사 중단을 요구해 주길 청원한다”고 말했다.
서귀포시민회의 “선전포고”
‘해군기지 저지 평화실현을 위한 서귀포 시민회의’도 7일 성명을 내고 “해군의 구럼비 시험발파는 도민에 대한 선전포고로 우근민 도지사는 특단의 대책으로 공사를 중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5당 제주도당 “자존심 짓밟아”
시험발파 이튿날인 7일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창조한국당 제주특별자치도당은 공동성명을 통해 “우근민 지사는 도민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해군에 대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야5당 제주도당은 “도가 구럼비 바위 발파공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음에도 해군은 이를 무시하고 발파공사를 강행했다”며 “이는 해군이 제주도민의 자존심을 무참하게 짓밟아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5당은 “해군은 제주도민과의 상생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음이 분명하게 드러났다”며 “우 지사는 이제 단호하게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 지사가 특단의 조치를 통해 무너진 도민의 자존심을 다시 세우는 결단을 한다면 야5당은 우 지사를 도와 정부와 해군을 상대로 해군기지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혔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제 정당 중 유일하게 중앙당 차원의 논평을 통해 해군의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발파 강행에 대해 비판했다. 민노당 우위영 대변인은 6일 “해군이 결국 건너지 말아야할 강을 건넌 것”이라며, “구럼비 바위가 폭파되는 것을 본 마을 주민들이 눈물을 흘리며 공사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도, 경찰은 항의하던 문규현 신부와 마을 주민들을 연행해 갔다”고 밝혔다. 우위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해군의 구럼비 바위 폭파는 용서할 수 없는 만행”이라며, “기어이 제2의 4·3을 불러 오겠다는 의도가 아니면, 어찌 이리 무모한 짓을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 대변인은 “구럼비 바위를 비롯해 강정 마을 앞바다는 마을 주민들이 생활을 영위해 오던 삶의 터전이며, 절대보존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라며, “마을 주민은 물론, 제주도의회, 야5당이 해군기지 건설을 중단을 요청한 것은 한평생 살아온 주민들의 터전을 지키고, 아름다운 강정을 후세대들에게 물려 줄 의무가 있기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우 대변인은 “그럼에도 해군은 이 모든 목소리를 무시하며, 폭약을 설치해 구럼비 바위를 폭파시켜 버렸다”며, “주민과 도의회 그리고 정당을 무시하는 이런 행동은 군부독재나 했음직한 폭거로, 해군과 이명박 정권은 오늘의 구럼비 바위 폭파에 대해 즉시 사죄하고 공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