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 험로’ 닻올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 간사 면면 들여다보니 전문가보다 ‘MB맨’
“백지 위에 그림 그리는 심정으로 일해달라” MB, 1차 회의 주문
정부 조직ㆍ기능ㆍ예산 현황 파악…‘참여정부 재평가’ 작업 불가피
간사 기용 현직의원 대부분 이 당선자 ‘측근’…盧 정부 때와 달라
[매일일보닷컴] 지난 2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의 면면이 드러남에 따라 내년 2월 출범할 이명박 정부의 구성과 방향을 결정할 인수위 활동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이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1차 전체회의를 열고 “인수위원들은 주어진 각본대로 형식적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백지 위에서 그림을 그리는 심정으로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당선자는 인수위 사무실이 위치한 금융연수원에서 1차 전체회의를 열고 “매우 창조적인 인수위가 되야 한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심정으로 임해 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당선자는 “국민의 힘으로 정권이 교체된 후 오늘은 국민들이 기대하는 모든 것을 시작하는 날”이라며 “많은 국민들의 기대를 어떻게 하나하나 풀어나갈 것인가 하는 것은 차기 5년 이전에 두 달 간의 인수위 활동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이어 “오늘 여기 모인 인수위원들이 잘 해주면 국민들은 희망을 갖게 될 것이고, 가능성을 가늠하게 될 것”이라며 “이경숙 위원장을 위시한 전 인수위원 모든 분들에게 인수위원직을 수락해 줘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여러분에게 주어진 막중한 책임이 말할 수 없이 크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당선자는 1차 전체회의에서 인수위원들을 향해 창조적인 자세로 우선순위를 정해 일을 하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활동할 것을 당부했다. 이 당선자는 “지난 10년 동안 많은 말이 있었지만 실제로 이뤄진 것은 없다. 많은 로드맵이 있었지만 실제 국민에게 와 닿는 것이 없었다”며 “이번 인수위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당선자는 “인수위원들이 말을 앞세워 언론에 개인 의견을 지나치게 내세우는 식으로 국민에게 실망을 줘서는 안 된다”며 “묵묵히 일하고 국민들에게는 잘 정제된 결과를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이 당선자는 또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굉장히 크다.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도 있고, 바뀌어야 할 것은 많지만 차근차근 우선순위와 중요도를 정해서 해야 한다는 국민들도 있다”며 “우리는 짧은 기간에 무한대로 일하는 게 아니라 중요한 일은 한 달 내에 끝내야 하므로 우선순위를 잘 결정해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인수위에서) 변화에 대한 요구를 잘 받아들여주면 차기 정권 5년에서 그 일을 차근차근 해 나가겠다”며 “여러분들이 결과는 아주 분명하고 효과적으로 내놓길 바란다. 인수위원들과 많은 전문가들이 뒤에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에 협력을 잘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당선자는 이어 “인수위원들끼리 업무를 추진하면서 협력을 잘 해야 한다”며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주장이 다를 수 있지만 밤을 새워서 토론하더라도 결론을 얻어야 한다”고 인수위원들 간의 화합을 강조했다. 앞서 이 당선자는 현판식을 가진 후 이경숙 위원장을 비롯해 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맹형규 기획조정위 간사, 진수희 정무위 간사, 박진 외교통일안보위 간사, 정동기 법무행정위 간사, 강만수 경제1위 간사, 최경환 경제2위 간사, 이주호 사회교육문화위 간사, 맹형규 기획조정위 간사 등 인수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언론에 대해 ‘신중한 자세 취해줄 것’ 강조
이명박 당선자는 이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추가 인선을 단행하면서 “국민에게 잘 정제된 내용을 알려 달라”며 언론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취해 줄 것을 거듭 강조했다. 철저한 보안을 당부했는데도 불구하고 인수위 인선안이 새 나간 것을 염두에 두고 미리부터 ‘입 단속’에 나선 것.간사로 기용된 현직의원 대부분 MB ‘측근’
이처럼 인수위원회 구성의 면면이 드러남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구성과 방향을 결정할 인수위 활동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인수위 인선의 특징은 인수위 핵심 골간조직인 7개 분과 각 분과위원장에 전문가가 아닌 현직 의원들을 기용했다는 점이다. 이날 발표된 인선안에 따르면 △기획조정 △정무 △외교통일안보 △법무행정 △경제1, 2 △사회교육문화 등 7개 분과 중 5개 분과에서 박형진 진수희 박진 최경환 이주호 의원이 간사로 선임됐다. 외부인사는 정동기 전 법무부차관(법무행정)과 강만수 전 재경부 차관(경제1)이 유일하다. 그러나 강 전 차관의 경우 이 당선자의 후보 시절부터 캠프 정책자문을 맡아왔다는 점에서 완벽한 외부인사로 보기는 어렵다. 또 하나의 특징은 간사로 기용된 현직의원 대부분이 이 당선자의 ‘측근’이라는 점이다. 분과 간사들 중 박근혜 전 의원 측 인사로 알려진 최경환 의원과 경선 내내 ‘중립’을 지켰던 이주호 의원을 빼면, 모두 ‘친MB’ 의원들이다. 주호영 당선자 대변인은 인수위 인선과 관련해 “전문성과 실적을 갖춘 실무형 위주로 선발했다”면서 “인수위에 자문위원단이 있기 때문에 전문성 등은 자문위원단을 통해 보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현직의원들에게 부족한 전문성을 전문가 그룹인 자문위원들로 보충케 한다는 말이다. 이번 인선결과는 2002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인수위 각 분과위원장에 교수 등 전문가를 기용한 것과는 사뭇 다르다. 당시 노 당선자 측 내부에서는 인수위원장에 민주당의 중량급 인사를 기용하고, 인수위원에도 정치인들을 다수 참여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노 당선자가 “인수위 활동은 철저하게 현 정부의 정책을 파악 분석 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 그쳐야 한다”며 정치인을 배제한 정책실무형으로 구성키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위는 1997년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인수위를 발족할 당시 ‘가신그룹 배제’ ‘기회균등’이라는 원칙을 적용한 것과도 구별된다. 당시 김 당선자는 인수위에 당 10역을 한 명도 넣지 않았었다. 인수위 인사들은 향후 청와대 수석비서관, 장차관 및 국영기업체장 인선에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점에서 현역의원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향후 인선에서 배제된 그룹을 중심으로 불만기류가 형성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