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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송병형 기자] 몇 해 전 상하이에 처음 갔을 때 받은 첫인상이 아직도 생생하다. ‘더러운 걸레’로 장막을 친 듯한 하늘이 너무나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에 갇힌 상하이의 하늘은 나쁜 공기를 떠나서 폐쇄 공포증을 유발하는 시각적 충격이었다. 그래서 그날 밤 황푸강 유람선상에서 바라본 화려한 야경이 전혀 부럽지 않았다. 실제 다음날 아침 뿌연 태양 아래 드러난 황푸강의 풍경은 칙칙하기만 했다. 출근길을 서두르는 상하이 시민들을 보면서 도대체 이런 하늘 아래서 어떻게 살아가나싶었다.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그런데 조선족 가이드의 말로는 ‘이 정도면 살만 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고향인 동북 지역에 비하면 ‘매우 양호한 수준’이라고 했다. 또 자신이 대학을 다닌 베이징과 비교했을 때 상하이의 시민들은 ‘그나마 복 받은 사람들’이라고도 했다. 그런 자포자기 또는 자기위안식의 발언은 또 하나의 충격이었다.그런데 지난 월요일 아침 출근길 서울의 하늘에서 상하이의 그 답답한 하늘을 다시 보게 됐다. 그날 바로 약국으로 달려가 생애 처음으로 미세먼지 마스크를 샀다. 그것도 묶음채로. 죽음의 먼지라는 미세먼지의 공포가 필자의 일상 속 현실로 다가온 날이었다.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송영길 의원의 글이 페북에 올라왔다. “저는 2014년 7월부터 2015년 7월까지 1년 동안 중국 칭화대학의 방문학자로 북경에 거주한 사실이 있습니다”로 시작하는 글은 전날 필자가 느낀 공포를 대변하고 있었다. 송 의원은 “우리나라도 이제 북경처럼 미세먼지가 일상화되고 있다”며 지금 당장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문재인 정부는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한중 공동협력에 착수한다고 말하지만, 그 정도로는 중국 정부가 다른 나라 국민들을 위해 적극 나설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든 게 엄연한 사실이다. 당장 중국 국민들조차 반쯤 자포자기 상태가 아닌가. 정부의 말은 그저 막연한 립서비스로 느껴질 뿐이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도 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하는데 정부의 태도를 보면 ‘절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부터 막연하기만 하다. 문 대통령은 17일 울산에서 “2030년까지 정부의 목표대로 수소차가 보급되면 연간 3만 톤, 현재 발생량의 10%에 해당하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또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는 화석 연료에서 추출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지만 앞으로는 태양, 풍력, 바이오 등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생산하는 것이 일반화될 것”이라고 했다. 과연 재생에너지가 수소경제를 떠받칠 만큼 안정적인지부터가 의문이고, 게다가 미래에는 가능할테니 기다려달라는 막연한 말에 답답함이 가시질 않는다.차라리 원전 대신 석탄화력발전소를 먼저 퇴출시켜 미세먼지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는 송 의원의 주장이 현실적이지 않은가. 정부는 추가로 건설되는 석탄화력발전소가 친환경 발전소라고 주장하지만, 환경단체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세먼지에 대한 절실함이 있는 정부라면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