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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닷컴] 노무현 대통령이 차기 정부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새 정부가 할 일은 새 정부에서 하는 것이 순리”라면서 “인수위에 충고한다. 인수위는 법에서 정한 일만 하라”고 강하게 비판, 개편안 거부권 거부 가능성을 시사했다.헌법 53조는 국회에서 의결된 법안은 정부에 이송돼온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도록 하고 있고,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는 대통령이 해당 기간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대통령의 법안 거부권을 규정하고 있다.노 대통령은 28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참여정부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일, 그것도 공무원으로 하여금 그 일을 하게 하는 일은 새 정부 출범 후에 하길 바란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노 대통령은 “참여정부에서 수년에 걸쳐 공들여 다듬은 정부조직에 대해 인수위 출범 20일 만에 개편안을 확정하고, 이를 불과 1∼2주 만에 국회에서 처리하자고 한다”고 지적한 뒤 “이처럼 큰 일이 정말 토론이 필요 없는 일이냐. 국민들은 알 필요가 없다는 것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노 대통령은 이어 “국민들이 선거로 대통령을 뽑아 주었으니 이런 문제는 물어 볼 것도 없이 백지로 밀어주어야 하는 것이냐”고 질타한 뒤 “바쁠수록 둘러가라는 말이 있다. 충분한 토론을 거치고 문제가 있는 것은 고치고 다듬어서 국민과 국회의 동의를 얻어서 가는 것이 순리”라고 꼬집었다.노 대통령은 또 “물러나는 대통령이 나서는 것은 새 정부 발목잡기이니, 그러지 말고 산뜻하게 떠나라는 언론의 충고를 들었다”면서 “(그러나) 언론이 제대로 토론의 장을 열고 있다면, 그리고 국회가 미리 잘 대응하고 있다면 굳이 제가 나서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부처 통폐합이 참여정부가 공을 들여 만들고 가꾸어 온 철학과 가치를 허물고 부수는 것이라면, 여기에 서명하는 것은 그동안 참여정부가 한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바꾸는 일에 동참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면서 “떠나는 대통령이라 하여 소신과 양심에 반하는 법안에 서명을 요구하는 일이 당연하다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노 대통령은 이와 관련 “참여정부의 정부조직은 시대정신을 반영한 것이고, 민주적이고 신중한 토론 과정을 거쳐 만든 것”이라면서 “굳이 떠나는 대통령에게 서명을 강요할 일이 아니라 새 정부의 가치를 실현하는 법은 새 대통령이 서명 공포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노 대통령은 아울러 “국회가 하는 것을 보고 말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국회에 맡겨 둘 일이지 대통령이 왜 미리 나서느냐고 핀잔을 주는 사람도 있었다”면서 “그런데 통일부와 여성부 존치를 주장하고 있을 뿐, 다른 부분은 대체로 ‘부처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인수위원회의 주장을 수용하면서 부분적 기능 조정을 모색하는 것 같다”고 정치권을 향한 불만을 털어놨다.노 대통령은 그러면서 “작은 정부론에 주눅이 들어 있는 것인지 여론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무작정 믿고 기다릴 수만은 없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그러다가 참여정부의 가치를 모두 부정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넘어왔을 때, 그때 재의를 요구한다면 새 정부는 아무 준비도 없이 낭패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인수위가 부처 공무원들에게 현 정권이 한 정책의 평가를 요구하고, 새 정부의 정책을 입안하여 보고하라고 지시 명령하는 바람에 현직 대통령은 이미 식물 대통령이 되어 버렸다”면서 “이것은 인수위의 권한 범위를 넘는 일”이라고 맹비난했다.한편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발동할 경우 국회 재의결 요건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찬성인데, 인수위 측의 정부개편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 중인 통합신당의 의석이 137석이기 때문에 재의결은 불가능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