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친구에게 “시체 버리러 함께 가자”…거절한 대신 14년간 눈감아줘
지난 1994년 4월, 동작구 사당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아버지 김모씨(당시 64세)와 가정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아버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아들 A씨(41세)가 공소시효 1년을 앞두고 검거됐다. A씨 가족들 사이에서도 입에 담지 말아야할 ‘불문율’로 치부돼 ‘김모씨 살인사건’은 지난 14년간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왔다. 그러나 경찰조사결과 이들 가족 외에 또 다른 한 명이 ‘김씨 살인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주인공은 바로 A씨 남동생의 친구, K씨(37세). 아버지를 살해하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A씨는 이에 대한 뒷처리를 위해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다. A씨는 평소 두터운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K씨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사람을 죽여 시체를 버려야하는데 무거워서 혼자서 옮길 수가 없다”면서 “네 차를 이용해 함께 시체를 갖다 버리자”고 말했다.이와 관련 K씨는 경찰에서 “평소 A씨의 성격상 남에게 맞으면 맞았지 누굴 때릴 성격의 사람이 아니”라며 “사람을 죽였다는 얘기를 믿지 않았다. 장난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A씨의 장난을 맞받아쳐주기 위해 K씨는 차를 몰고 늦은 새벽 A씨의 집을 찾았다. K씨는 “A씨가 큰 가방 두개를 들고 집에서 나왔다. 짐을 차 트렁크에 실었는데 진짜 가방에서 시체 썩는 듯한 고약한 냄새가 풍겨졌다”면서 “그 순간 정신이 번뜩 들어 ‘미친 것 아니냐. 이런 일은 도와줄 수 없다’고 말하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경찰에서 전했다. 이 같은 K씨의 진술은 14년이란 세월이 지나 직간접적인 증거가 확보가 어려워진 이번 사건의 결정적인 해결 단서가 됐다.한편 서울 관악경찰서 관계자는 “시체유기에 따른 대가를 약속받았던 것도 아니고, 살인사실을 알고 있었더라도 직접적으로 가담하지 않았기 때문에 K씨에 대해서는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면서 “또한 가담했다고 하더라도 사체유기 혐의의 공소시효인 7년도 이미 경과된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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