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현 회장 미행했다”…해묵은 삼성 적통 갈등 최고조
[매일일보=박동준 기자] 범삼성가의 적통을 놓고 벌어졌던 삼성과 CJ의 20여년 묵은 앙금이 다시 전면전으로 확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최근 CJ 이재현 회장의 부친 이맹희씨가 동생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상속재산 반환 소송을 제기해 여론의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삼성그룹 계열사 직원이 CJ 이재현 회장을 미행한 사실이 드러났다.당초 CJ그룹은 이맹희씨의 상속권 소송을 취하하기 위해 이맹희씨를 설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고, 삼성그룹 역시 22일 수요사장단 회의를 통해 이번 상속권 소송에 대한 CJ의 중재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런 화해무드가 나온지 불과 하루만에 사단이 나고 만 것이다.CJ그룹은 23일 아침 “삼성이 이재현 회장을 미행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경찰에 관련재료를 제출해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근 들어 이 회장 자택 주변에 낯선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것을 수상히 여긴 이 회장이 외출도중 미행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 미행차량을 유인해 일부러 접촉사고를 냈다.
이후 경찰서에 신고해 김 차장의 신분을 알려고 했지만 김 차장은 자신의 이름과 나이 주민번호 등을 밝혔지만 어느 회사에 소속인지는 이야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이 자신의 소속을 밝히지 않았지만 CJ측은 “회사 차원에서 조사해 김 차장이 삼성물산 직원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CJ그룹은 23일 공식입장을 통해 "국내 최고 기업인 삼성이 타기업 회장은 물론 삼성가 장손 이재현 회장에 대한 미행 감시는 도저히 있을 수도 없고 용납될 수도 없는 일"이라며 "이번 사건에 대한 삼성측의 해명과 공식 사과, 재발방지 약속 및 책임자에 대한 문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995년에도 CJ가 분리되는 과정에서 이재현 회장의 서울 장충동 집 옥상에 CCTV를 설치하는 등 불법사찰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있었고, 지난해에는 CJ그룹의 대한통운 인수 과정에 삼성 계열사들의 엇박자로 인수자금이 예상보다 많이 소요되는 사건도 있었다.범삼성가의 장손인 이재현 회장은 지난해 대한통운 인수 문제가 벌어졌을 때 삼성 그룹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에 대해 거세게 항의를 했던 CJ그룹 홍보실 책임자를 전격 경질하면서 삼성과 CJ간의 대결구도로 번지려는 분위기를 반전시키면서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또한 이번 이맹희씨 상속권 소송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그룹간 대결로 몰고가려는 언론매체들의 분위기를 CJ 측이 반전시킨 것 역시 이재현 회장의 의도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번에 1995년의 불법사찰이 다시 재현됨에 따라 CJ그룹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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