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범불교도대회’ 개최…이명박 정부 ‘종교편향’ 규탄
[매일일보닷컴] 정부의 종교 편향을 규탄하는 대규모 불교도대회가 27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범불교도대회봉행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조계종, 천태종 등 불교 종파 스님과 신자 등 21만명(주최측 추산, 경찰추산 6만명)이 참여한 가운데 '범불교도대회'를 열고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을 규탄했다.불교계는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 등 관련자 처벌 ▲공직자의 종교차별 근절을 위한 입법 조치 ▲촛불시위 수배자에 대한 수배해제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대회 시작 1시간 전부터 참석을 위해 신도들을 태우고 지방에서 올라온 관광버스가 시청 인근에 속속 도착했고 서울광장 주변 인근 도로까지 불교 신자들로 가득찼다.다소 더운 날씨였지만 시종일관 경건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대회가 진행됐고, 불교 신자들은 '헌법파괴 이명박 OUT'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종교차별 반대한다', 이명박 정부 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현 정부의 종교편향을 강하게 비판했다.정부의 종교차별을 널리 알리고 대회개회를 선언하는 33번의 타종식을 진행한 뒤 종교와 국민화합을 위한 발원대회로 이어졌다. 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대표해 김광준 대한성공회 신부는 종교의 자유와 평등권을 강조하는 내용의 연대사를 낭독했다.봉행위원회 위원장 원학 스님은 봉행사를 통해 "유례가 없는 야단법석의 대법회를 갖는 것은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끝내기 위한 것"이라며 "자비와 관용, 원융과 화합을 통해 종교간 평화를 지키는 것이 나아가 모든 국민의 소중한 행복을 보호하는 길이라는 신념을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이와 함께 대회 참가자들은 결의문에서 "공직자들의 종교차별 사태와 대통령의 방조는 헌법을 훼손하고 국민화합을 저해하는 심각한 국면에 이르렀다"며 "국민 화합과 국론을 결집하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서는 "이번 대회는 종교화합과 국민통합을 위한 불교인의 실천을 알리고 불교인이 제대로 하지 못한 사회적 역할을 자각하고 참회하는 자리"라며 "종교평화는 우리 사회의 소중한 가치인 만큼 국민 여러분의 지혜와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서울광장에서 집회를 마친 뒤 불교도들은 오후 4시께 종교차별 금지와 종교평화를 위한 거리행진을 시작했다.이들은 '이명박 정부 공개 사과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손에 들고 행진을 벌였으며 별도의 구호 없이 조계사 주지스님의 '석가모니 불 정근'에 맞춰 서울광장~세종로사거리~종각사거리~조계사까지 40여분 동안 거리행진을 벌였다.봉행위원회는 거리행진을 마친 뒤 조계사 앞에서 결의문을 낭독 및 문화행사를 실시하는 등 마무리 정리 법회를 진행했다.경찰은 이날 행사에 광우병국민대책회의 등 외부 단체가 참가에 대비해 교통경찰 4개 중대 300여명과 전·의경 등 경비인력 85개 중대 7500여명, 방송차 2대 조명차 2대 물대포 5대 등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지만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반면 성난 불심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대회장 인근에는 근무복 차림의 경찰관을 배치해 행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행사장 주변에는 시위진압을 위한 전·의경 수송버스 및 경찰기동대, 진압경찰 등을 배치하지 않고 최소 경찰 병력만을 배치했다.경찰 "휴~" 성난 불심 평화집회로 끝나
불교계 각 종단이 대거 참여한 범불교도대회가 27일 평화적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돌발사태가 벌어질까 '전전긍긍'하던 경찰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경찰은 대회가 평화적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그동안 불심에 진 부담을 상당해 해소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와 어 청장이 성난 불심을 달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 노력이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날 집회에서 불교도들은 정부에 대한 서운함과 아쉬움을 한 목소리로 성토했지만 당초 예상과는 달리 정권 퇴진이나 경찰청장 사퇴 등을 강하게 요구는 사례는 드물었다. 대신 스님과 신자들은 진정한 자성을 촉구했다. 당초 경찰은 불교계를 자극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집회를 관리하는 방안을 찾느라 고민을 거듭해왔다. 특히 이번 범불교도대회는 정부의 잇따른 종교 편향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열린 행사로 경우에 따라 물리적 충돌 같은 돌발상황이 우려돼 경찰은 '초긴장' 상태였다. 이는 최근 경찰이 조계종 총무원장 차량 검문과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진이 기독교 행사 포스터에 게재되는 등 종교편향 시비 논란에 휩싸이며 불교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결국 어 청장은 경찰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스님들을 일일이 찾아갔다. 성난 불심을 달래기 위해 지난 18일 전국의 주요 스님 290여명에게 서한을 보내 사과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또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을 비롯해 일선 경찰관서 책임자들 역시 관할구역 내 사찰 및 경승실 관계자를 만나 격앙돼 있던 불심을 누그러뜨리는 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이 같은 상황에서 경찰은 이날 집회가 대규모 행사라는 이유로 경찰병력을 늘려 행사장 주변에 배치한다면 또 한 번의 '불교계 탄압'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이에 따라 경찰은 행사장 주변에 시위진압을 위한 전·의경 수송버스 및 경찰기동대, 진압경찰 등을 배치하지 않고 최소 경찰 병력만을 원활한 행사 진행을 돕기 위해 배치했다. 또 행사에 앞서 불교계와 수차례 접촉해 평화로운 집회가 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적극 협조에 나섰다.<스케치>서울 광장 가득메운 '성난 불심'
정부의 종교 편향을 규탄하는 대규모 불교도대회가 열린 27일 서울광장은 '성난 불심'으로 가득찼다.○...이날 오후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 회색 승복에 자주색 띠를 두른 스님 1만 여명이 나란히 자리를 잡고 그 주변을 일반 신도들이 둘러앉았다. 광장 한 가운데에는 '종교평화'라고 적힌 흰색 대형 풍선 3개가 휘날리고 있었으며, 무대 중앙에는 현란한 모양의 목불상 여러 개와 대형북이 설치됐다.이날 범불교대회에는 6·10 촛불집회 이후 가장 많은 20만여명(주최 측 추산, 경찰추산 6만)이 모였다. 광장 안에는 발 디딜 틈조차 보이지 않았다.○...행사장 주변에는 주최 측인 범불교대회 봉행위원회가 마련한 이동식 화장실이 길게 줄지어 있고, 지방에서 올라온 200여대 관광버스가 주차된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서울광장을 둘러싸고 지나는 을지로와 소공로, 태평로 일대까지 운집한 불교도들은 뜨거운 태양을 고스란히 맞으며 정부의 '종교편향'을 규탄했다.범불교도대회 불씨 이어 촛불집회 열려
서울광장과 조계사 앞에서 열린 범불교도대회가 마무리된 직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26일 오후 6시 조계사 인근인 인사동 입구 광장에서 열렸다.광우병국민대책회의 집행부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진보연대와 '안티MB' 인터넷 카페 및 아고라 회원 등 촛불집회 참가자 200여명은 이날 오후 4시 10분께 시작된 범불교도대회 거리행진 대열 후미에서 대한불교청년회 회원들과 함께 행진했다. 행진 후 조계사 앞 도로에서 열린 법회 및 문화공연이 모두 마무리된 뒤 이들 촛불집회 참가자들과 일부 불교도들은 인사동으로 이동해 민주노동당이 주관한 촛불집회에 동참했다.대책회의를 대신해 경찰로부터 집회신고허가를 받아 행사를 주관한 민노당은 “공안탄압 규탄,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 전면재협상 실시를 내걸고 촛불의 힘을 이어가야 한다”고 호소했다.이정희 민노당 의원은 "국회 172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집시법 개정, 국가보안법을 이용해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다"며 "집회에서 복면만 써도, 국회에서 단상만 점거해도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한나라당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불교도대회에 나왔다가 촛불집회에 참석한 서용희씨(77·여)는 "후손들을 위해 한마디 하겠다"며 자유발언자로 나섰다. 그는 이명박 정권을 '독재정권'이라고 규정하고 "내가 이북 출신으로 간첩 조사에 시달리면서도 지금처럼 수준 낮은 정권은 경험해보지 못했다"며 이 대통령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전대협 동우회, 어린 자녀를 유모차에 태워 함께 나온 '유모차 부대' 등 일부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7시30분께 인사동 집회가 마무리되자 홍대앞 등으로 이동해 2차 집회를 이어갔다.
야당 "李대통령, 남탓말고 불교계에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 오늘 불교계 대규모 집회 파장에 촉각
한나라당은 27일 불교계의 종교편향 규탄 집회에 촉각을 세우며 막판 불심 달래기에 총력전을 폈다.한나라당은 공무원들의 종교편향을 방지토록 하는 법안을 마련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며 불교계에 해법을 제시했지만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에 대한 불심검문으로 사퇴요구를 받고 있는 어청수 경찰청장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서는 침묵한 채 이날 대규모 집회에 대한 정부와 청와대의 태도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일단 한나라당은 불교계가 주장하는 이날 20만명 이상 대규모 집회를 기점으로 제 2의 촛불정국이 형성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도 최근 불교계 원로들을 직접 방문해 사과하고 협조를 구하는 등 진화에 주력 중이고 당 내부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직접 사과 등 구체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일단 청와대를 지켜보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다.차명진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좀 더 일찍 불자들의 불편한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앞으로 공직자는 사적으로든 공적으로든 종교적 처신에 신중해야할 것"이라고 사과했다.차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종교차별 금지법'을 조속히 심의해 통과시키고, 종교 활동을 가로막는 각종 법률도 정비할 예정"이라며 "불자들께서도 대승적 차원에서 국론통일에 힘을 합쳐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박희태 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지금 불교계에서 요구하는 것을 다 알고 있고 그것을 가지고 고심을 하고 있다"며 ""법과 제도를 고쳐서 다시는 종교편향적인 일이 안 일어나게 하겠다"며 "정기국회에서 당장법을 고치고 불자들이 안심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박 대표는 다만 불교계의 어청수 경찰청장 경질 요구에 대해서는 "내가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가 어렵다"며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을 아꼈다.이날 오전에 열린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도 불심을 시급히 달래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윤상현 대변인은 연석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당 차원에서도 두 번 다시 이런 식으로 불교계와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진지한 자세로 최선을 다 해 달라는 말이 있었다"고 전했다.정의화 의원도 "불심을 달래기 위해 당에서도 진지한 자세로 최선을 다 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