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엔 장모님도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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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엔 장모님도 여자였다”
  • 류세나 기자
  • 승인 2008.10.24 1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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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할머니 나체로 거리 내달린 사연

여장하고 장모에게 덤벼든 ‘사위’…하이힐∙ 치마 입고 범행
피의자 집에서 ‘트랜스젠더’ 비디오, 여성용 자위도구 발견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지난 15일 새벽 1시경 충북 청주시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는 한 포장마차로 겁에 잔뜩 질린 표정의 60대 할머니가 상의만 입고 아랫도리를 드러낸 채 뛰어 들어왔다. 어떤 사연에서 이렇듯 황당한 장면이 연출된 것일까.

경찰에 접수된 바에 따르면 당시 할머니는 “여장을 한 남자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며 “흉기로 위협하면서 성관계를 요구해 방심한 틈을 타 도망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수사에 나선 경찰은 할머니의 신고 후 4일 만에 범인 검거에 성공했는데 여기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범인이 ‘여장’을 했다는 것보다 두 사람의 관계였다. 여장남자 성폭행 미수범이 다름 아닌 같은 건물 위층에 살고 있던 피해자의 ‘사위’였던 것. 이 충격적인 사건을 <매일일보>이 밀착 취재했다.

충북 청주 상당경찰서는 지난 20일 여성 속옷인 슬립차림에 가발과 하이힐 등 여장을 하고 장모 B(64)씨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위 A(52)씨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8년 전 B씨의 딸을 만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아이를 낳고 살아왔다. 이후 장모 B씨는 범행이 일어난 2층에서, A씨 부부는 같은 건물 3층에서 지내던 중 사실혼 관계에 있던 부인이 최근 식당운영을 위해 식당근처로 이사를 나가 집에 장모와 자신밖에 없는 틈을 타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을 저지르게 된 동기는 다름 아닌 자신의 성욕을 해결하기 위해서 였다고.경찰은 범행현장에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는데다 A씨가 3개월 전 여장을 한 채 집 주변에서 자위행위를 한 적이 있다는 주변 사람들의 진술을 토대로 A씨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 범행일체를 자백 받았다.

곱게 화장하고 성폭행 시도

세 명의 자녀 모두를 결혼시킨 후 줄곧 자택 2층에서 혼자 생활해 온 B씨. 사건 당일 역시 집 안에 있던 사람은 B씨뿐이었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B씨는 ‘들리지 않아야 할’ 인기척에 눈을 떴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가발과 여자 속옷을 입고 곱게(?) 화장까지 한 ‘남자’가 자신을 무서운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던 것.B씨가 경찰에서 진술한 바에 따르면 이 ‘남자’ 아닌 ‘남자’는 B씨 목에 칼을 대고 “반항하면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 몸 여기저기를 더듬으며 성폭행을 시도했다. 그런데 자신의 의도대로 되지 않았던 탓인지 남자는 자신이 가져온 짐 속에서 여성화장품인 콜드크림 샘플을 찾아 자신과 B씨의 ‘은밀한 부위’에 발랐다는 게 B씨가 경찰에서 밝힌 얘기다. 한 마디로 이 느닷없는 ‘불청객’은 처음부터 ‘그럴 심산’으로 B씨의 집을 친히 방문했던 것. 경찰에 따르면 이 남자의 범행은 철저한 계획 속에서 진행됐다. 일단 그의 옷차림. B씨가 경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남자는 여성용 거들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남자는 성기가 닿을 법한 부분의 천을 잘라내고 성기를 밖으로 드러낸 채였다. 재빠른 성관계를 위한 남자의 세심한 배려(?)였던 것.  
이 같은 철저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거사(?)는 생각지도 못했던 데서 맥이 끊겼다. 콜드크림이 샘플이었던 터라 양이 적었던 것. 남자는 B씨에게 “콜드크림 갖고 와”라고 소리쳤고, B씨는 화장대로 가는 척하면서 그길로 방문을 열고 집 밖으로 도망쳤다. 이게 바로 B씨가 멀쩡한 정신에도 불구, 상의만 입은 채로 거리를 달리게 된 이유다.

속옷도 못 입고 거리로 내달려

괴한의 손길을 피해 다급하게 도망쳐 나온 B씨는 결국 집에서 30~40m 떨어진 포장마차로 몸을 숨겼고, 자정을 넘긴 12시 50분경 포장마차 주인의 도움을 빌려 경찰에 신고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B씨가 기억하는 범인의 인상착의는 ‘30대로 보이는 보통체격의 남자’라는 것뿐이었다. 짙은 화장과 가발 탓에 B씨는 범인이 8년간 사위로 믿고 지내온 A씨였다는 사실을 꿈에도 알아채지 못했다.‘여장남자 성폭행 미수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할머니의 진술을 토대로 탐문조사를 하던 중 B씨의 사위가 ‘약 3개월 전 어느 날 밤 동네 공터에서 여장을 하고 자위행위를 하다 동네주민에게 발견된 적이 있다’는 주변 이웃들의 제보를 받고 A씨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 수사에 나섰다. 이와 관련 경찰관계자는 “지난 19일 A씨의 집 붙박이장에서 범행당시 착용했던 가발, 하이힐 등 여장에 사용된 물품과 트랜스젠더 포르노 비디오물, 딜도(여성용 자위도구) 등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이 증거품을 확보했을 때 A씨는 이미 도주한 상태였다. A씨는 장모의 도주 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사실혼 관계에 있는 아내의 집을 찾아갔다. 하지만 수사망이 점차 좁혀오는 것을 느낀 A씨는 그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지난 17일 아내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종적을 감췄다. 물론 아내에게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었다.

수사망 좁혀오자 종적 감춰

이에 경찰은 A씨 주변 인물들을 탐문한 결과 A씨가 도피자금을 구하고 있다는 제보를 접수하고, 지난 19일 밤 9시 30분경 청주의 한 아파트 입구에서 친구를 만나러 오던 A씨를 검거했다.  경찰에 붙잡힌 A씨는 “나는 술만 마시면 이성을 잃는데 범행 전 소주를 3병 마셨다. 사람으로서 못할 짓을 했다”며 자신이 한 행동을 뒤늦게 후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물은 이미 엎질러진 상태. B씨의 친족들은 A씨의 ‘뒤늦은’ 반성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B씨의 아들 등은 경찰에서 “이런 X은 용서하면 안 된다”며 “중죄로 다스려야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A씨의 부인은 A씨의 만행에도 불구하고 유치장에 있는 남편을 위해 사식을 넣어줬다는 경찰들의 전언. 장모 B씨는 현재 범행 당시의 충격과 외상으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사건을 담당한 한 경찰관은 “충주시가 좁아 인근에 소문이 다 나 상태”라며 “60세가 넘었다고는 하지만 B씨도 여자인데 어떻게 지낼지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류세나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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