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성매매 여성들…선택은 ‘자살’ 뿐인가
상태바
갈 곳 없는 성매매 여성들…선택은 ‘자살’ 뿐인가
  • 류세나 기자
  • 승인 2008.11.07 22:09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찰단속으로 성매매 업소 나와도 생계 ‘막막’…정부지원책도 ‘부실’

장안동 여종업원 死因 놓고 ‘경찰-업주’ 책임 공방만
탈성매매 지원책 ‘빛 좋은 개살구’…실질적 도움 못줘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지난 7월 동대문경찰서로 이중구 서장이 부임해 온 이래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일대 불법 성매매 업소와 경찰의 성전(性戰)이 시작됐다. 그러던 중 최근 장안동 안마시술소에서 일하던 2명의 여종업원 잇달아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성매매 업소 단속이 시작됐을 때부터 이해관계를 달리했던 성매매 업주들과 경찰은 이들의 죽음원인을 다르게 분석했다. 업주들은 ‘단속으로 인한 생계압박’, 경찰은 ‘단속 외 개인 사생활’이 자살의 원인이라고 주장한 것. 정부의 단속이 시작된 이후 하루 간격으로 성매매 여성이 목숨을 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일까. <매일일보>이 진단했다.

▲ 2006년 6월 29일 오후 경기 평택 삼리에서 집창촌 여성들이 성노동자의 날 1주년 기념 집회에 참석, 성특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6시께 서울 장안동 ㄱ안마시술소 4층 욕실에서 종업원 이모(24)씨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우리 엄마(업주) 이혼하고 딸 키우면서 죄 안 지으려고, 최대한 불법 안 하려고 근신하면서 지냈는데…. 정도껏 해야지”라며 관할 경찰서장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의 시신이 발견되기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밤 9시 50분께에는 전직 장안동 안마시술소 여종업원이던 오모(36)씨가 장안동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오씨는 경찰 단속을 비관해 지난 8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ㅋ휴게텔 업주 최아무개(48)씨의 업소에서 일하다 일자리를 잃은 뒤, 경기도 의정부시 유흥업소에서 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주・종업원 “경찰단속 탓에 자살”

일련의 여종업원 자살 사건을 두고 성매매업주와 종업원들은 한결같이 “경찰의 단속 때문에 사채와 일수금 등을 못 갚아 생활고가 심해져 자살을 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일 숨진 이씨의 지인들은 언론을 통해 “업소가 문을 닫으면서 이씨가 그동안 병든 할머니에게 보내던 병원비마저 보내지 못해 괴로워했다”고 밝혔다.

▲ 지난 8월 장안동 ㅋ안마시술소 업주 최모씨(48)가 계속되는 경찰의 단속으로 생계를 비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31일 자살한 여종업원 오모(36)씨는 최씨의 업소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종업원은 “단속 이후 일부 여성들은 장안동 주변 유흥주점이나 신촌, 안산 등으로 옮겨 성매매를 했다”며 “나이가 많은 종업원들은 그러지도 못해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목숨을 끊은 오모씨는 새로운 업소로 옮기기 위해 의정부, 인천 등지를 돌아다녔지만 36세라는 나이 탓에 번번이 퇴짜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오씨와 이씨의 빈소가 차려졌던 장안동 코리아 병원에 모여든 업주 및 종업원들은 “단속으로 생계가 막막해진 사람들이 하나둘씩 최악의 선택을 하고 있다”며 “몇 명이나 죽어나가야 우리의 답답함을 이해해주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 “개인사로 죽었는데 어쩌라고”

잇따른 자살소식에 단속을 하던 경찰 역시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경찰측은 “(경찰단속과) 전혀 상관없지는 않겠지만 주된 원인은 개인사”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달 31일 목숨을 끊은 오씨의 경우 성매매 단속을 벌이기 전 ㅋ안마시술소를 그만뒀기 때문에 오씨의 자살과 경찰의 성매매 단속은 무관하다는 것. 경찰에 따르면 최근 안마시술소에서 함께 일했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오씨는 지인 A씨와 통화할 때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더 이상 살기 싫다”며 신세한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씨의 경우 유서를 남기지 않고 자살해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없어 책임공방이 뜨겁다. 반면 지난 1일 숨진 이씨는 경찰단속을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겨 이씨의 죽음은 업주들의 투쟁의지를 더욱 불사르게 된 계기가 됐다. 하지만 경찰은 단속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동대문경찰서 관계자는 “단속이 시작된 이후 업주들의 반발은 계속돼 왔다”며 “성매매업소를 뿌리 뽑겠다는 방침은 변함없다”고 못 박았다. 경찰은 단속을 피해 문을 닫았던 성매매 업소들이 영업을 재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속적인 순찰과 감시 활동을 벌여나간다는 방침이다.

‘단속’만 강화하면 뭐하나
탈성매매 도울 방안 ‘묘연’

하지만 전문가들은 두 명의 성매매 여성이 죽음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자살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원인은 묻혀버렸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성매매 업소에서 나온 여성들의 재활을 위한 복지시설이나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또 이미 설치돼 있는 단체들도 경찰과의 공조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유명무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4일 경기도와 경찰에 따르면 성남, 파주, 평택 지역 성매매집결지 현장지원센터 및 성매매업소 여종사자 재활지원시설은 11곳인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이들 지원 시설 가운데 주거지 지원이 되는 곳은 5곳에 불과했으며, 수용가능인원은 50~60명밖에 되지 않는 실정이다. 나머지 6곳의 경우 상담치료사 등 전문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이와 관련 성매매 피해여성 자활지원 단체 ‘다시함께센터’ 조진경 소장은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후 국가에서는 법률・의료・쉼터・취업 등 탈성매매를 지원시스템을 마련했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에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숨진 여성들이 지원책의 존재라도 알고 있었다면 극단의 선택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조 소장은 이어 “정부는 경찰의 단속으로 업소 밖으로 나온 여성들이 탈성매매를 할 수 있도록 행정적・정책적 연결고리를 마련해야 한다”며 “성매매 피해여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삶을 살수 있다는 현실적 희망과 지원을 제공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여성인권 활동가는 “성매매 피해여성들은 사회적응력이 매우 떨어지고, 생계비 문제 등으로 다시 성매매업소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재활기간이 3년 이상 소요되는 만큼 체계적인 인프라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송승범 2010-12-20 05:48:33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성의 개념을 오픈하여 성매매도 한정된 곳에만 허가를 내주고 그 의외의 지역에서 영업을 한다면 감옥을 가는 정도로 하는것이 좋을것으로 보인다.

송승범 2010-12-20 05:46:48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의 예를 보자면 일부 지역에서만 성매매가 허용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만 유달리 경찰들이 망발로 설치고 다니는거 같은데 설치려면 정말 정곡을 찌르던가 아니면 아예 합법화 시키든가 둘중 하나인데 우리나라는 이도저도 아니다.
사실 예전이나 성이라는 개념이 자식을 낳기위해 순결하고 깨끗해야한다 라고 한다면 지금은 즐기기위한 성이라는 개념이다.

~~ 2009-11-12 14:56:39
부모들 빛때문에 자식들 신용불량자/대학교 중퇴/빛장이 들한태 쫓겨서 주민등록말소
그러면 알바도 쉽게 못구하더라구요. 취업은 당연이 안되구.. 그기다가 가족중 누가 아프다. 돈이 급하게 필요하다면.. 선택의 여지가 있을까요?

성매매법은 사실 그런 상황의 사람들에게 더럽게 살지 말구 그냥 굶어 죽어라는거죠.
가난은 나라에서도 구제 할 수 없다는 말이 있죠.

버럭바마 2009-11-12 11:50:59
진퇴양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