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측, 구청상대 `건축무효ㆍ정보공개' 소송
농심가(家)가 삼성가(家)에서 공사 중인 이태원동 새 집 건축을 허가한 관할구청을 상대로 건축허가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농심가는 앞서 한강 조망권 등을 침해받았다며 삼성가의 신축 주택에 대해 공사중지 민사소송을 낸 데 이어 건축 허가의 `위법성'을 들어 행정소송까지 내 두 재벌가 사이의 `조망권' 법정다툼이 본격화됐다.농심 신춘호 회장 일가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용산구 이태원동 새 집  공사가 건물 높이 규정을 어긴 채 허가됐다며 서울 용산구청장을 상대로 건축허가  무효확인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신 회장측은 소장에서 "이태원동 135번지 일대에 신축하고 있는 이 회장의  2층 집은 건축물 높이의 기준이 되는 지표면을 건축법 시행령이 규정한 `건물앞 도로'가 아닌, `건물 뒤쪽 도로'로 잡아 편법적으로 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남산 중턱에 위치한 일대의 경사진 지형을 감안할 때 건물 뒤편을 지표면  기준으로 삼으면 건물 앞 도로를 기준으로 삼을 때보다 3.7ｍ나 높게 집을 지을 수 있고 사실상 `3층 집'이 되면서 주변의 조망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것.신 회장측은 또 "신축 건물이 기존의 전낙원씨가 살던 집보다 높게 지어지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용산구청을 상대로 이 회장의 신축 자택 설계도면을 공개하라는 취지의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도 함께 냈다.

신 회장측은 지난달 이 회장측의 새집 공사로 조망권 침해는 물론, 소음과 진동 피해를 입었다며 공사진행 중지 청구소송을 서울 서부지법에 낸 상태다.
원고측 변호사는 "통상 행정소송이 민사소송보다 신속히 진행되는 경향을  감안할 때 행정소송의 결과가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심 신 회장 일가가 이 회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낸 이유는 한마디로 공사 때문에 소음과 진동으로 주거 생활의 피해를 봤으며, 자신들의 한강 조망권 등도 침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쪽은 "건축법 등의 관련법규에 따라 적법한 공사를 진행해 왔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의 새집 건축을 놓고 양 재벌가문이 법정소송을 벌이게 된 사연은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한남동 자신의 집 인근에 '리움(Leeum)'이라는 개인 박물관을 열었던 이 회장 일가는 지난 2002년 4월 한남동 자택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의 이태원동 135번지에 새 집을 짓기 시작했다.

이곳은 원래 이미 고인이 된 전낙원 파라다이스 회장 소유의 땅이었다. 한강과 남산이 한눈에 들어와 국내 내로라는 재벌가와 외국 공관 등이 모여있는 금싸라기 땅이었다.
건평 1100여평에 지상 2층 지하 3층 규모로 완공을 눈앞에 둔 삼성 이 회장의 새집은 바로 신춘호 회장 집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로 마주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 일가가 이 회장을 상대로 법정다툼까지 벌이게 된 것은 3년여 동안 진행된 건물 공사로 인한 소음과 진동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 게다가 이 회장의 건물이 들어서면서 한강 조망권 등을 침해받고 있다고 나선 것이다.결국 신춘호 회장의 셋째아들인 신동익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관할 용산구청에 이 회장 공사와 관련해 '인근 세대 소음ㆍ매연 등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신 부회장쪽은 원만한 해결을 위해 민원 제기 8일만에 스스로 취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하지만 관할 관청에 대한 민원 취소를 통해 해결하려던 신 부회장쪽은 별다른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난달 법원에 공사진행중지 청구소송과 함께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을 동시에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