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 수소경제 올인하는 정부 정책…전기차는 뒷전
조선·철강산업…정부 기업편익 치중, 지역경제·실업 문제는 소홀
ICT·게임업계, 진흥은 커녕 규제만 더해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문재인 정부가 들어선지 2년이 지난 가운데 낮은 경제성장률과 청년 실업, 고용 문제 등 다양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그동안의 산업별 정부 정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경제성장 문제와 고용 악화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각종 산업별 맞춤형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업계마다 다른 반응이 나온다.
◇ 전자, 반도체 부문…비(非)메모리 반도체 분야 육성 정책, “이번엔 성공할까?”
최근 정부는 미래 육성 3대 전략산업으로 바이오,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비메모리 분야를 선정했다. 그동안 국내 산업을 이끌던 반도체 산업의 성공 신화를 비메모리 육성 정책을 통해 재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비메모리 시장 육성에 초점을 맞춘 것은 시장 규모가 메모리 분야의 2배에 이를 만큼 크고 부가가치 또한 상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 부문의 연관 효과는 상당해 수천가지의 제품종류와 소프트웨어, 디자인 하우스 등 연관 산업들이 유기적으로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정부가 비메모리 육성 정책을 내놓은 사례가 있지만, 기업들의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 예산은 오히려 감소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비메모리 분야의 전략산업화를 천명한데다 기업들도 성장 한계에 부딪힌 메모리 반도체 부문보다,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대한 성장 정책을 펼치고 있어 경쟁력이 살아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을 중심으로 비메모리 ‘초격차 전략’을 표명하고 있다.
◇ 자동차 산업, 수소경제 올인하는 정부…글로벌 대세인 전기차 시장은?
정부가 수소전기차 보급을 확대한다고 밝히는 등 수소경제 활성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자율주행, 공유경제 등으로 바뀌는 자동차 패러다임은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40년까지 수소차 620만대 생산체계를 구축할 목표다. 우선 올해 신규로 4000대 이상을 보급하고, 2025년까지 연 10만대를 생산할 방침이다.
이 같은 정부정책은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먼저 ‘글로벌 대세’인 전기차에 대한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대대적인 지원을 통해 전기차 시장을 육성했다.
중국은 전기차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 전기차 판매량 상위 10개 기업 중 절반이 중국이다.
자율주행은 규제에 막혀 발전이 더디다. 한국은 제대로 된 자율주행 시험장도 구축 못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가 상용화됐다.
우리나라는 관련 법과 제도 등이 미국, 유럽 등에 비해 뒤쳐져 있다는 평가다. 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국내 기업이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뛰어들었음에도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규정이 까다로워 제약이 걸리고 있다.
◇ 구조조정 나선 조선·철강산업…지역경제·실업 문제는 소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지 2년이 지난 현재 조선산업과 철강산업은 여전히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조선업계는 최근 구조조정속에서도 산업회복을 위한 정부지원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조선업체의 금융지원 방안으로 7000억원 규모의 신규 금융지원과 1조원 규모의 만기연장 지원을 결정한 바 있다.
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과 함께 산업은행에서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철강산업 역시 산업은행에서 5년 이상 지체된 동부제철 매각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동안 전기로 열연 설비 매각과 동부인천스틸 분리매각 등 다양한 방안이 나왔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산업은행이 올해 들어 대우조선해양과 동부제철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각각의 업계에서도 이에 따른 영향 분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수많은 인력이 구조조정되고, 군산 등 일부 지역경제가 파탄 수준까지 이르렀다는 점이다.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주요 3사가 모두 희망퇴직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한 바 있다.
철강업계 역시 포스코가 계열사를 대거 정리했고, 동국제강과 TCC동양 등의 업체들이 산업은행과 재무구조약정 및 자율협약에 들어가며 일부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한 바 있다.
이런 구조조정 이면에는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자에게 유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직접적으로 제조업체의 인력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구조조정이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 ICT·게임업계, 진흥은 커녕 규제만 더했다
ICT업계와 게임업계의 경우, 진흥은 커녕 규제만 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4차산업혁명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 규제 개혁 논의기구인 ‘4차산업혁명위원회(이하 4차위)’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설치했다.
글로벌 흥행 게임 ‘플레이어 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블루홀(현 크래프톤) 의장인 장병규 위원장이 맡아 출발했던 4차위는 카풀과 택시업계 간의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한계를 드러냈다.
카풀업계와 택시업계는 최근 공유경제와 불법승차라는 팽팽한 이견을 보이며 갈등을 빚었다. 4차위는 양측의 중재를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계속된 택시업계의 불참 속에 결국 이 카풀 문제를 사회적 대타협 기구로 넘길 수밖에 없었다.
또 문재인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이 통신업계의 실적 악화를 불러와 5G(5세대 이동통신) 투자여력 감소를 가져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대로 된 업계 의견취합 없이 장관령으로 선택약정할인률을 기존 20%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게임업계에 대한 규제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11년 도입된 청소년의 자정 이후 게임이용을 금지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는 여전히 시행되고 있다. 부모가 자녀의 게임이용을 직접 관리하는 선택적 셧다운제 등 보완 제도가 있지만 강제적 셧다운제는 없어지지 않고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