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준(土美) 도시로 재생연구소 소장] 브랜드의 정체성을 체감하는 경험적 서비스가 대세다. 과거의 브랜드 매장은 단순히 제품의 쇼룸과 판매를 담당했다고 한다면 이제 매장은 제품 구매와 동시에 ‘경험’을 할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시장은 이제 라이프스타일과 멤버십, 개인화, 플래그숖의 다양화 등 예전에 비해 개별적이며 작고 의미있는, 개인적이지만 실용적인, 마케팅 플레이스가 되어가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을 포함하는 제품군인 가전과 가구, 소품, 식품 등은 불황일수록 시대성향을 잘 대변한다.
NO 브랜드, NO 디자인, NO 마케팅의 ‘3무(無) 전략’의 기본에 충실한 태도로 세계적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매출혁명을 이룩한 ‘무인양품’이라는 기업이 있다. 부가가치를 추구하는 시대에서 그것을 역행하고 반발하는 듯한 무덤덤한 디자인, 설탕과 소금이 빠진듯한 싱거운 포장과 기본적인 기능으로 모든 브랜드를 완성하는 콘셉트이다.
7000여개가 넘는 생활용품을 만드는 무인양품은 생활소품을 시작해서 호텔과 주거의 영역까지 비즈니스를 확장해 가고 있다. 생활소품은 주택과 밀접하면서 호텔이나 까페, 부동산 비즈니스와도 연결된다. 무지호텔은 숙박이면서 각각의 집으로 해석이 되기도 하며 투숙객의 공간사용 패턴을 확인하는 공간연구소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무심한 듯한 소품의 발견은 이제 노후된 공간을 고쳐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디자인으로까지 제안하게 됐다. 최근 선보이고 있는 ‘무지인필제로(MUJI INFILL 0)’라는 서비스는 새로 짓는 주택이 아닌 노후화된 건물을 리모델링해 새로운 주택으로 재탄생시켜서 고객에게 판매하는 방식을 얘기한다.
‘0’이라는 제로 베이스에서 새로운 주택으로 탄생한다는 의미인 ‘무지인필제로’는 개별적 주택의 리모델링이 개성적이고 개별적인 성격을 가지는데에 비해 무덤덤하고 일관성있는 디자인을 선보인다. 장식을 제거하고 무인양품 제품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그것이다.
공간의 구성은 주택의 기본에 충실한 개념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무인양품은 알고있었을까. 노후화된 주택을 무인양품이 매입해 기존의 불필요한 요소를 철거한 뒤 최소한의 주거기능을 장착, 무인양품 인테리어 제품을 활용해 마무리한다. 이후 리노베이션 주택에 들어갈 입주자 모집을 하고 신청을 받는다.
‘무지 인필제로’ 프로젝트에 참여할수 있는 방법은 오래된 집을 신청해 리노베이션하거나 리노베이션이 완료된 주택을 선택하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제품의 기능을 강조했던 브랜드의 시대에서 자기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공간의 브랜드 시대도 동참하게 됐다.
이제 브랜드를 사용하는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설명해주는 확고한 정체성은 그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의 취향을 대변하게 됐다. 주택과 생활소품, 라이프스타일은 이제 자신을 설명하기에 자신없고 잘 모르겠다는 도시인들에게 가치관과 취향을 한꺼번에 보여준다.
더 나은 삶과 주택을 위해서 인공지능과 미래지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아날로그의 ‘인감지능’을 믿는 이러한 서비스 제공과 소비자의 반응은 덧셈을 추구하는 이 시대에서 의미있는 현상이다.
이름없는 브랜드가 오히려 감각적이고, 디자인 없는 디자인이 오히려 감각적인 평가를 받는 시대. 제품과 서비스, 유통 모두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에 ‘기본‘과 ’단순함‘이라는 세상사람들 다 아는 콘셉트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디자인하지 않는 디자인‘의 차세대 주택 콘셉트는 무엇이 될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반영할 주택시장의 반향(反響)은 어떻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