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준(土美) 도시로 재생연구소 소장] 전국적으로 노후주택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도시에서의 노후주택 비율 증가는 국가마다 다른 정책과 방안으로 도시 개발의 해결책을 보여주고 있다. 노후주택 비율은 도시와 비도시, 공동주택과 단독주택, 신도시와 구도심, 주거용과 상업용 등 사용 목적과 장소에 따라 그 비율이 각각 다르다.
노후아파트의 유지·관리 대안으로 재건축은 시간은 다소 오래 걸리지만 환경과 주거시설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대규모 건축행위이다. 토지 등 소유자들의 동의 하에 출자하고 조합을 설립해 여러 과정을 거쳐 새로운 주거지를 만들어 가는 공동주택 정비사업의 꽃이라고도 불린다.
재건축의 가격지표가 심심치 않게 공영방송 뉴스거리로 나오는 우리나라는 현재 부동산 가격의 지표가 되는 부분도 어느정도 묵과하고 있는 듯 하다. 입지와 교통여건이 좋고 기존 인프라가 좋은 곳이라고 한다면 미래가치가 현실에 반영되는 경우도 많다.
이번 정부의 목표는 ‘집값 안정’과 ‘합리적인 가격의 주택 공급’인데 이 모토가 자유로운 시장 경제와 충돌하는 상황이 보인다. 시장경제는 수요에 의해서, 금융과 실물상황에 의해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모멘텀이다.
사과가 많이 나는 해에는 사과값이 떨어지듯이 주택도 마찬가지의 원리이다. 이미 도심지에서의 빈땅이 점점 고갈되고 새 아파트 공급이 재개발이나 재건축처럼 정비사업에 의해서 생성돼야 하는 상황이 왔다. 새 아파트가 고갈된 지역의 수요자들은 지속적으로 새집에 대한 갈증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아파트 가격이 반등하는 시점에서 강남의 재건축 가격이 가장 먼저 움직이고 각종 규제에 의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다면 정부 입장에서는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일 것이다.
기존의 입지 상의 우위를 가졌던 상품에 미래 교통과 자연적 혜택, 프리미엄급 커뮤니티, 최첨단 편의시설까지 더해지니 새 아파트에 목마른 수요자들의 입장에서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조건이 더 갖춰지는 셈이다.
그러한 강남 재건축의 미래가치는 현실에서도 인정돼 시세가 증가하고 투자 대비 수익성이 높아져서 정부에서는 그 수익성을 낮출 수 있는 제도들을 고민한 듯 하다. 재건축 연한의 조정, 분양원가 공개, 임대비율 상향,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일몰제, 중도금 대출 제한, 청약제도 규제, 재건축 허가 지연 등 부동산 규제책 중에서 재건축 사업장에 걸리는 규제가 유독 많다.
규제와 가격 제한에 걸리는 재건축은 계속 부동산 가격의 모니터 대상이 됐다.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은마’는 1979년, 송파구의 ‘잠실주공5단지’는 1978년, 서초구의 ‘반포주공1단지’는 1973년 준공으로 40~46년 이상의 세월을 넘기고 있다.
십수년간 사업계획을 꾸려서 어려운 난관을 겪어 왔던 조합과 조합원들은 사업의 이익을 따지기 전에 노후된 건물과 하루하루 마주하고 있는 노후건물의 역사적 증인이 돼 버렸다. 녹물은 물론이고 누수, 주차장 문제, 건물 안전 등의 실생활의 문제는 기약 없는 미래를 기다리며 지내기에는 더없이 불편하고 늘어나는 세월이 야속해질 터이다.
노후건물을 정비하고 다시금 재생하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새건물에 대한 프리미엄 때문에 가격 조정을 하는 현실과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오래된 건물의 요구사항이 삐걱거린다. 삼키기도, 뱉기도 어려운 뜨거운 감자처럼 노후주택을 대하는 도시인들의 자세는 다시 짓기는 짓되, 그다지 큰수익이 나지 않도록 수위 조절을 해야 한다는 역설이 되겠다.
프리미엄급 지역의 주택상품은 재건축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고 공공주택만으로 해결할수 없는 주택공급의 한계는 주택의 가격과 양의 조절만으로 시장의 요구를 잠재울 수 없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그러한 과정 속에 건물은 계속해서 노후화되고 있다는 점이며 그 안에서 누군가는 불편함을 견디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배고픈 사람에게 뜨거운 감자는 당장 먹을 수 없는 그림의 떡이 되었을지언정, 노후화된 도시의 늙은 건물의 활성화를 꿈꾸며 잘 팔리지 않는 익힌 감자가 돼야 한다는 명제가 왜 자꾸만 충돌하는 것처럼 느껴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