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준(土美) 도시로 재생연구소 소장] 코로나19와 저성장 기류로 인해 경제 전반이 흔들리고 우리 일상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경제위기가 일어나면 당장 자금의 순환이 우리 삶을 위협한다.
집합제한 업종과 관련이 있는 자영업자에게 임대료는 가장 부담이 되는 지출이다. 매출은 반 이상 줄어드는데 임대료 내는 날이 캄캄하다고 토로하는 임차인들은 수그러들지 않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걱정이 태산이다.
착한 임대인 시행 이후 현실에서 임대료는 어떻게 적용되었는가? 주변에서 임대료를 감면해준 착한 임대인을 보지 못했다며 그건 캠페인 뿐이라는 임차인과 식당직원들의 월급을 못 주는 임차인의 임대료를 감면해 줘 그 이익을 메뉴가격에 반영하는 착한 임차인이 등장했다.
또 기존 임대료를 고수하는 경우 임대인 역시 대출, 생활비 등으로 기존의 임대료를 고수해야 하는 상황, 매출이 줄어 폐업 결정을 하는 상황, 계약 만기 이후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상가·사무실의 공실 때문에 임대료를 낮춰서 운영하는 상가 등 여러 상황이 나타났다.
현재 상가시장은 영업시간을 제한할 때 그에 맞춘 임대료도 인하할 수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는 임차인과 임대인의 사적 재산권이 지나치게 침해받고 있다는 주장이 부딪히고 있다.
지난 9월 방역수칙으로 영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임차료를 인하해서 고통을 분담할 수 있는 차임감액청구권과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해 주는 임대업자에게 금융·비금융적 혜택을 지원해주는 정책을 한시적으로 시행했다.
착한 임대인 정책은 ‘강제’가 아닌 ‘자율’이다. 장기화되는 코로나19로 인해 임차인의 고통이 장기화될 조짐이 나오자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임대료 멈춤법’이 발의되었다. 임대인이 차임을 청구할수 없도록 하고 집합제한 업종에 대해 차임의 2분의 1 이상을 청구할수 없도록 하는 법이다.
고통분담이 자율과 강제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임차인이 아닌 임대인의 입장에서 보면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에 의해 늘어난 세금의 부담, 줄어든 대출의 폭, 매출변동과 공실, 향후 유지에 대한 리스크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누구든 자신의 고통이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경제 위기의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고 모든 부담은 사회적으로 분배되고 있다. 이 부담은 이제 점점 일상속으로 더 깊이 관여될 것이다.임대인도 마땅히 자영업이나 사업의 한 분야이고, 코로나19는 모두에게 어려움이다. 누군가의 고통은 누군가의 사유재산의 나눔으로 치유될 수 있지만 그것은 선물이어야 할 것이다.
도덕적 행위와 자유의지로 사회연대의식이 탄탄해지기에 지금 우리 사회는 이미 무한자유경쟁 시장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점점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사회에서 우리는 선의로 가득한 착한 사마리안들이 나타나기를 기원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월세 수입이 유일한 사마리안이 쓰러져 있는 임차인을 위해 빵을 내놓고 자신은 굶을 수 있다면 그것은 착한 사마리안일까. 나쁜 사마리안일까. 살다보면 도의적이고 양심적인 기준과 법적이고 논리적인 기준의 경계에 모호하게 놓여있는 상황들을 접할 때가 있다. 강제는 없지만 해야만 하고, 도의적이지만 하지 않아서 피해를 받고 속상해지는 경우이다.
척박한 코로나 시기에 인간은 인간에게 말한다. 착한 건물주, 착한 사마리안이 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