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최근 한국과 일본의 무역분쟁은 단순한 양국 간 힘겨루기만으로 볼 수 없다. 오랜 역사를 돌아봐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가 한목소리로 아베를 비판하는 것도 역사적 인식으로나 일본의 행태에 그릇된 충분한 근거가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본디 강한 비판에는 강한 근거가 필요하고, 근거가 약할수록 비판에 강도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근거에 대한 확신과 믿음 또한 비판의 강도를 결정하는 척도가 된다.
언론은 이러한 비판의 선봉장 역할을 할 수 있는 매개체다. 매체에 따라 단순 비판으로도 여론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근거는 꼭 필요하다.
언론의 기능에는 보도기능과 여론형성 기능이 있다. 보도기능은 다양한 정보와 소식을 제공하고 어떤 구체적인 판단이나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다. 또 여론형성 기능은 독자들이 사건의 전후 사정을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다. 물론 올바른 여론을 형성할 때에 한해서다.
요즈음 언론은 이러한 근본적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사실에 근거한 보도기능도 일부 편파적 시각으로 왜곡될 때가 많고, 특정 목적을 위한 여론형성에 나설 때도 있다.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 철강업계를 요새 언론에서 환경오염의 주원인으로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 특히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위치한 포항과 광양, 당진 등의 도시를 잿빛도시, 죽음의 도시로 몰아가고 있다.
문제는 잘못된 근거를 이용해 보도 자체가 왜곡돼버린다는 점이다. 일부 환경단체 등이 주장하는 ‘팩트’ 역시 확실한 체크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지난 2월 지상파방송국 중 1개사에서 전국 방송을 통해 포스코에서 내뿜는 미세먼지가 한국의 연중 전체 미세먼지의 13%를 차지한다고 알렸다. 이 방송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났다.
또 얼마 전에는 한 지상파방송국의 지역 방송국에서 포스코로 인해 광양만권 지역의 중금속 농도가 타지역 대비 80배 이상 높게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정이 났다.
철강업계가 환경오염의 주범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철은 분명 대가를 치르고 얻어낸 산물이다. 다만 이슈에 편승해 논리가 약해진 부분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들 방송국의 취재 근거는 환경단체 등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였다. 이 자료에 대한 팩트체크는 없었다는 게 문제다. 필자는 살아온 절반을 죽음의 잿빛 도시라는 포항에서 지냈다. 20년을 넘게 포항에서 살았지만, 서울이나 경기지역보다 괜찮은 환경이었다고 기억한다.
포항 등의 지역에 제철소가 있다고 해서 TV 화면에서 봤던 중국의 회색 풍경을 생각해선 안 된다. 적어도 내가 살아온 20년 동안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무수히 많은 매체들이 수많은 기사를 쏟아내는 시대다. 대중들이 과거와 같이 언론을 전적으로 신뢰하진 않지만, 여전히 언론은 정보전달 기능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본인 역시 잘난 것 없는 기자라 남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항상 모든 이가 만족하고 수긍하는 기사를 쓸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다만 어느 매체의 기자라도 올바른 역할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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