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규의 좋은아침
[매일일보]중국 송나라 때 명 재상 범중엄의 아들로 대를 이어 명신(名臣)으로 일컫는 범순인(范純仁)은 평소 자제들에게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남을 나무라는 데는 총명하고, 총명한 사람일지라도 자신을 용서하는 데는 어리석다. 너희들은 항상 남을 나무라는 마음으로 자신을 나무라고, 자신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도록 하여라. 이렇게 하면 성현의 지위에 이르지 못함을 근심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人雖至愚, 責人則明, 雖有聰明, 恕己則昏. 爾曹但常以責人之情責己, 恕己之情恕人, 不患不着聖賢身份也)"라고 가르쳤다.여기서 유래된 지우책인명(至愚責人明)은 자신의 허물은 고치려 하지 않고 남의 허물만 들춰내 흉보는 것에 빗댄 말이다.우리나라 속담 가운데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라는 말과 의미가 비슷하고, ‘숯이 검정 나무란다’는 말도 같은 말이다.국민적 관심 속에 4일 열린 대선후보 첫 TV토론회는 한마디로 대선후보들의 생각과 차이를 제대로 확인하기 힘든 맥 빠진 토론이었다.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공격적으로 나가면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순발력 부족이란 한계를 드러냈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이정희’란 대립구도 속에서 존재감을 잃어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놓쳤다.후보들이 각자 하고 싶은 말만 하다 보니 논점이 흐려지며 동문서답식 답변이 많았고,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가 주를 이루면서 정책토론회가 되지 못했다.결국 1차 TV토론회는 박, 문 후보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는 토론이었고, 이후 토론회에 대한 기대감까지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모두가 패배한 토론이었다.박완규 칼럼니스트 / GTN-TV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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