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를 사이에 둔 두 소녀의 이상한 삼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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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를 사이에 둔 두 소녀의 이상한 삼각관계
  • 류세나 기자
  • 승인 2009.04.03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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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내 남자(?)를 넘봐” 남장여자에 깜빡 속아…경쟁자 감금∙폭행∙알몸 동영상까지 촬영

“밥 사주겠다” 꾀어낸 후 5박6일간 감금 ‘충격’
경찰 구속직전까지 ‘여자’였단 사실 까맣게 몰라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10대 여학생을 6일간 감금한 뒤 폭행을 일삼고 알몸 동영상까지 찍어 협박,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경찰에 쫓기던 한 쌍의 남녀커플이 도주 한 달여 만인 지난달 20일 붙잡혔다. 그러나 ‘사건을 해결했다’는 기쁨도 잠시, 검거된 두 명의 피의자를 상대로 조사를 벌이던 경찰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사건의 가해인물이 남녀커플이라는 신고를 받고 문제의 인물들을 잡아들였는데 황당하게도 신원조회 결과 ‘남녀커플’이라던 두 명의 성별이 모두 ‘여자’로 나타난 것. 이 같은 사실은 신고한 사람은 물론이고 심지어 남장여인의 애인 역시 자신의 남자친구(?)가 여자였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담당경찰관 역시 남자로 오인했을 정도의 외모를 갖고 있었다는 후문. 경찰조사결과 이들이 경찰과의 추격전을 벌이게 된 계기인 ‘여학생 감금∙폭행 사건’ 역시 피의자 중 한명인 남장여자가 ‘남자’인 것으로 찰떡같이 믿어 발생한 사랑싸움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세 여자의 이상한 삼각관계 사건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만난 여학생과 한 명의 이성을 두고 심하게 다툰 뒤 자신에게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해당 10대 여학생을 6일간 감금하고 폭행은 물론 성적 수치심을 유발시키는 알몸동영상까지 촬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1일 인터넷 채팅 중 다툼을 벌인 문모(19)양을 감금폭행한 이모(19)양과 엄모(21여)씨를 공동감금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이들의 범행에 가담한 김모(16)군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일당은 지난 2월 6일 새벽 4시께 ‘밥을 사주겠다’는 거짓말로 문모양을 약속장소로 유인한 후 폭행을 행사, 엄씨의 자취방에서 5박 6일간 감금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2개월 전 채팅사이트에서 만나 애인관계로 지내오던 이양과 엄씨 사이에 또 다른 채팅女인 문양이 등장해 엄씨에게 교제를 제안하자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이양이 범행을 꾸미고 엄씨가 이에 동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양은 경찰에서 “엄씨가 남자이름을 사용한 것은 물론 옷차림, 목소리까지 바꿔 남자인 것처럼 행세해 실제 만남에서도 여자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며 “(경찰에) 구속된 후에야 엄씨가 여자인 사실을 알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문양 역시 엄씨가 남자인 줄 알고 교제를 제안한 것으로 밝혀졌다.

채팅으로 웃고, 채팅으로 울고

엄씨와 이씨는 올해 초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됐다. 남자 같은 외모탓에 평소 남자보다 여자들에서 인기가 많았던 엄씨는 이양에게 자신을 남자라고 속였고, 이양은 아무런 의심 없이 채팅 속 엄씨를 남자인 것으로 믿었다. 그렇게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된 이 둘은 애인사이로 지내기로 약속하고 실제로도 만남을 가졌다.그런데 이양의 성적취향의 독특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둘의 연인관계는 실제 만남 이후로도 지속됐다. 엄씨가 목소리는 물론 외모 역시 남자로 보였기 때문에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는 게 경찰에서 밝힌 이씨의 진술이다.
경찰에 따르면 20대 초반의 엄씨는 나이보다 훨씬 앳된 외모와 왜소한 체격탓에 마치 중학생처럼 보였지만 미소년 스타일은 아니었다. 경찰들조차 미처 여자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의 남자다운(?) 모습이었으며 더벅머리에 목소리는 물론이고 얼굴까지 진짜 ‘남자’같았다는 게 경찰관계자들의 전언.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같은 까닭에 이씨는 아무런 의심 없이 엄씨를 향한 마음을 키울 수 있었고, 그러던 중 어느 날 이양 앞에 경쟁자 문양이 나타났다. 교제 후에도 엄씨와 이양은 채팅을 통해 자주 대화를 나눠 왔는데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채팅女 문양을 알게 된 것.경찰에 따르면 문양은 엄씨가 이양과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엄씨에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문양은 엄씨와의 교제사실을 알리는 이양에게 “남자에게 내꺼, 네꺼가 어디 있느냐”며 욕설을 내뱉기도 한 것 드러났다. 이에 화가 난 이양은 엄씨에게 ‘문양을 혼내줘야겠으니 내가 옆에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만나자는 약속을 잡으라’고 요구했고, 문양은 엄씨의 연락을 받고 약속장소에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

감금폭행사실 동네방네 소문냈다가 덜미

경찰조사결과 사건 당일인 2월 6일 새벽, 문양을 만나 흠씬 두들겨 팬 이씨 등은 문양의 신고를 막기 위해 금천구 독산동 엄씨의 자취방에 감금했다. 감금 후에도 이들은 수차례에 걸쳐 폭행을 일삼아 문양의 얼굴과 온 몸에 멍이 들게 하는 등 전치 3주의 상해를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찰신고를 막기 위해 문양에게 자위행위를 강요한 뒤 휴대폰으로 약 3분 30초간 알몸동영상을 촬영, 동영상을 빌미로 협박을 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또 다른 친구들에게 “집에 재미있는 것이 있으니 구경 오라”며 10대 3명을 집으로 불러 문양이 폭행당한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이들의 범행은 문양의 감금현장을 목격한 한 10대 소녀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면서 드러나게 됐다. 친구 아버지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감금 6일째 문양을 구출, 현장에서 엄씨와 이양 대신 문양을 감시하고 있던 이들의 채팅친구 김모군을 검거했다.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이양과 엄씨는 채팅친구들과 교대로 돌아가면서 문양을 24시간 감시했다”며 “감금기간동안 가해자들은 문양이 부모로부터 돈을 입금 받도록 지시해 입금된 2만원을 갈취하기도 했지만 당시 문양의 부모는 딸의 감금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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