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지난 9월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 정책운영위원으로 위촉되어 임명장을 받기 위해 광화문으로 향하는 모처럼의 서울 나들이는 마냥 유쾌하지 만은 않았다. 평소 한국사회가 직면한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그 진행 속도가 너무 빠르고 상당히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으며 그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부작용과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21세기를 코 앞에 둔 1999년 만해도 인구정책의 주요 화두는 ‘성별감별’, ‘성비불균형’이었지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일본이나 유럽에서 벌어지는 ‘딴나라 이야기’로만 들렸다.
그러다가 불과 20년도 지나지 않아 한국은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은 세계 합계출산율 2.47명의 절반에도 한참 못 미치는 0.98명(2018년 기준)으로 주저 앉았고 저출산 대표국인 일본보다도 빠르게 저출산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통계자료에 의하면 출생아수가 40개월 연속 역대 최저기록을 경신하면서 인구 1천명 당 연간 출생아수가 최초로 5명대로 떨어지는 등 심각한 저출산 상황이 노정되고 있다.
또한 2018년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14.3%에 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7%가 됐을 때는 고령화사회, 14% 이상일 때는 고령사회. 20% 이상일 때는 초고령 사회라고 구분하고 있는데 이미 한국은 고령화사회 단계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이다.
이와 같이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저출산이 고령화 문제를 촉진하고 사회가 노령화 될수록 저출산이 심각해지는 악의 순환고리를 가지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한 국가의 성장동력이 되는 15∼64세 생산활동인구의 감소를 이어지게 되고 이는 국가의 경제활력 저하와 노동생산성 약화로 이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잠재 성장률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뜻하는데,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이 5년 단위 잠재성장률 추정치 중 2016년부터 2020년 구간 추정치보다 0.2%포인트 낮은 연평균 2.5%에서 2.6%로 추정된다고 밝히면서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주요 원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노인인구를 부양하기 위한 연금이나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비가 증대함으로써 국가 재정에 압박을 주는 것은 물론 노인빈곤이 사회적 부작용으로 필수적으로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이 49.6%로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꼴찌인 것이 바로 그 단면이다.
이와 같이 낮은 출산율과 급속한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가 사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예측하고 국민의 삶의 질 개선 및 지속적인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대통령 직속 산하기관으로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만들어졌다.
2003년 10월 참여정부 하에서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기획단 내에 인구고령사회대책팀으로 출범하였다가 2004년 2월 9일 대통령 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로 개편되었고 2005년 6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제정되면서 같은 해 9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족되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2008년 4월 18일 대통령 직속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으로 조정되었고 2012년 보건복지부 산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다시 대통령 산하로 격상되었고 현재의 조직 구성은 문재인대통령이 당연직 위원장이고 정부위원 7인, 민간위원 17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최근 11년간 126조 이상을 퍼붓고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이 국가적 난제를 떠안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였다. 그러나 ‘여기서 멈출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며 자문하며 기존의 인구정책을 전면 되돌아보고 새로운 대책, 지금까지의 형식이 아닌 획기적인 방안을 세워 볼 것을 신발끈을 동여매고 다시금 다짐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