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주=뉴시스】"끝까지 싸워서 반드시 이깁시다. 책임지고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화물연대)본부가 움직이는 투쟁 만들겠습니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대한통운 광주지사 택배기사들의 집단 계약해지에 통보에 맞서 50여일간의 농성을 진두지휘했던 화물연대 광주지부 박모 지회장(38)이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박 지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광주가 아닌 대전의 한 야산.그는 지난달 24일부터 광주 조합원 36명과 함께 택배물량이 전국에서 모이는 대한통운 대전지사로 올라가 조합원들의 복직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던 중이었다.대전행은 대한통운 본사를 압박해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는 광주지사를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려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이었다.대형카고트럭을 몰던 그는 항상 등짐을 짊어지고 다니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함께 투쟁해 왔다.지난 2006년 3월 화물연대 총파업 당시에는 삼성전자 광주공장 물류를 나르던 극동컨테이너분회 조합원 50여명이 계약해지를 통보받자 이에 항의해 50m 철탑에 올라가 고공시위를 벌이는 등 강력한 투쟁으로 복직을 일궈내기도 했다.박 지회장은 집회 때마다 대한통운 집단 계약해지 사태를 3년 전 총파업 당시와 비교했었다.지난 3월16일 대한통운 광주지사 소속 택배기사 70여명이 문자메시지 한통으로 계약해지를 당했기 때문이다.그는 이번에도 계약해지 통보 직후 대한통운 조합원들을 추스려 사측에 협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2006년과 상황이 달랐다."배부른 회사가 기사들의 운송료는 인상하지 않는다"고 화물연대를 도와주던 여론도 경기침체 여파에 "회사도 어려운데…,"라며 돌아서버렸고, 사측의 잦은 회유로 이탈과 합류를 반복하는 조합원들도 많이 생겼다.화물연대 중앙지도부도 삼성사태 때와는 다르게 지원을 망설였다.급기야 지난달 22일에는 조합원 2명이 경찰에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됐고, 본인도 쫓기는 신세가 됐다.대전지사 앞 집회에서는 조합원 4명이 연행되고, 집회차량에는 주차위반 딱지가 나붙었다.박 지회장은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4월 29일 민주노동당 광주시당 홈페이지에 유서로 보이는 글을 남기고 잠적했다.그는 "이 투쟁은 여러분들의 승리입니다. 흔들리지 말고 동지들과 조직을 믿고 함께 합시다. 동지들과 함께했던 수많은 시간이 행복했고 소중했습니다. 승리의 기쁨을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만 깊이 간직하겠습니다"고 동료들에게 인사를 남겼다.연락이 닿지 않아 답답해하던 그의 아내가 곧바로 "동료들과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돌아와주길 바란다"고 답글을 남겼지만, 박 지회장은 이날 오전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화물연대 광주지부 관계자는 "대한통운 투쟁이 길어지면서, 조합원들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관철시키지 못한데 대한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며 "본인이 희생해 전 조합원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투쟁을 승리하려는 고인의 뜻을 헤아려 강력한 투쟁으로 맞설 방침"이라고 말했다.한편, 화물연대 중앙지도부는 이날 오후 대전지부에서 박 지회장 사망 관련 긴급 중앙집행회의를 갖고 향후 장례절차와 투쟁방침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돼, 대한통운 사태가 최악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제휴사=뉴시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