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도박단’ 뚜껑 열어 보니 ‘원조교제 알선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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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도박단’ 뚜껑 열어 보니 ‘원조교제 알선책’
  • 류세나 기자
  • 승인 2009.05.25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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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高 ‘짱’ 패거리, 도박판 벌여 빚 지게한 뒤 “몸 팔아 내 돈 갚아라” 화대 1억 갈취

‘달방’까지 얻어놓고 계획적 성매매 알선
성형수술비∙유흥비 등으로 갈취한 돈 탕진

[매일일보] 지난 1월 서울의 한 대학가에 위치하고 있는 모 카페에서 한 번에 수백만 원의 판돈이 걸려있는 도박판이 벌어졌다. 카페와 같은 공개된 장소에서 도박판이 열린 것도 의아하지만 더욱 특이한 점은 카드 패를 돌리고 있던 사람들 모두가 십대 여고생이었다는 점이다. 경찰조사결과 당시 이들의 주머니에는 게임 한판에도 낄 수 없는 터무니없는 액수만이 들어있었다. 그렇다면 이날의 ‘도박’은 장난삼아 시작된 단순한 ‘놀이’였을 뿐일까. 그런데 이날 ‘놀이’에 가담했던 특정 여고생들은 억대의 빚을 지고, 이 빚을 갚기 위해 지난 몇 달간 원조교제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과연 ‘돈 없이 돈 먹은’ 여고생 도박단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 사건을 <매일일보>이 취재했다.

“야, 이 아저씨랑 끝나면 XX동에서 또 다른 아저씨랑 약속 잡혀 있으니까 대충 끝내고 빨리 빨리 나와.”

지난 2월 중순 밤 10시경, 강남구 ○○모텔로 들어가던 H여고 3학년 A(19)양은 뒤에서 들려오는 이 같은 목소리에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힘없이 고개만을 끄덕였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A양과 같은 학교 동갑내기 친구이자 학교 ‘짱’인 B양. 당시 A양은 B양의 친구가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해 물어 온(?) 낯선 남자에게 돈을 건네받고 성관계를 맺기 위해 모텔로 들어가던 길이었다.A양은 무엇 때문에 B양의 지시를 받고, 또 성매매에 까지 나서게 된 것일까. 밝혀진 바에 따르면 A양과 같은 지역 내 다른 학교에 다니고 있는 2학년 C(18)양 등 2명은 B양 등 4명에게 1억원대의 도박 빚을 졌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있지도 않은 빚이었다.

무서울 것 없는 ‘짱’들의 세계

지난 18일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카드게임의 룰을 모르는 A양과 B양을 반강제로 도박에 끌어들여 1억원대의 빚을 지게 만든 후 인터넷 성매매를 통해 빚을 갚도록 강요, 1억원 가량의 화대를 가로챈 H여고 3학년 B양 등 여고생 3명을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경찰에 따르면 학교에서 ‘짱’으로 불리던 가해 학생들은 유흥비 등을 얻을 목적으로 평소 알고 지내던 A양과 C양에게 접근해 의도적으로 빚을 지게한 뒤 금품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B양 일당은 A양 등에게서 가로챈 화대로 성형수술을 하고, 친구들과 술집에 드나드는 등 갈취한 돈 모두를 유흥비로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조사결과 가해 학생들은 인터넷을 통해 성매수남을 모집하는 연결책, 피해학생들을 성매매 장소로 이동시키고 화대를 가로채는 갈취조, 감금∙폭행 등을 일삼는 폭행조 등 각자의 역할을 분담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방식으로 A양 등은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수백차례에 걸쳐 원조교제를 강요당해 왔다.

하루에도 수차례 성매매…4달 만에 1억원

밝혀진 바에 따르면 A양 등은 주로 서울 강남과 강북 등지의 모텔에서 성매매를 했으며, B양 일당이 아지트로 사용하는 강남구 논현동의 ‘달방’에서 은밀한 거래를 하기도 했다. 성매수남들과의 거래는 말 그대로 시도 때도 없었다. A양 등은 B양 일당이 연락을 취해오면 당시의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무조건 ‘출동’해야만 했다. 이들의 ‘명령’을 어기면 그 대가로 여과 없는 독설과 함께 무지막지한 주먹질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B양 일당은 혹시라도 성매수남에게 의심을 받거나, 퇴짜 맞을 것을 염두에 두고 A양 등의 몸에 상처가 날 정도의 폭행은 가하지 않는 등 치밀함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B양 등의 이 같은 ‘특별한’ 비호아래 성매매는 하룻밤에도 이 동네에서 저 동네로 이동해가며 여러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4개월이라는 단기간에 1억원 가량의 화대를 갈취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이와 관련 A양과 C양은 경찰에서 “B양 일당이 감금하고 때리는 게 무서워 반항 한번 못하고 주위에 도움을 청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며 “또 ‘성매매를 한 사실을 주위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싫어도 (성매매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이 같은 B양 등의 범행은 학교주변에서 떠돌던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범행 4개월여 만에 꼬리를 잡히게 됐다.이와 관련 한 경찰관계자는 “가해학생들 모두 부모가 생존해 있는 평범한 가정이었는데 작은 관심이 부족해 이 같은 범행이 일어나게 된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심지어 이들의 부모는 자녀의 성형수술 사실 조차도 알고 있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인터넷 메신저 추적 등을 통해 성매수남 검거 대한 수사를 계속해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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