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21대 총선에서 불출마한 미래통합당 정병국 전 의원이 당 대표실에 걸려있는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을 떼자고 제안했다.
정 전 의원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당 초선의원 공부모임 '명불허전보수다'에 강연자로 나섰다. 옛 한나라당 시절 '정풍운동'을 주도한 그는 새정치수요모임, 미래연대 등 개혁 성향 소장파 모임에서 활동해온 원조 소장파다.
정 전 의원은 이 자리에서 "당 대표실에 걸려있는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을 보고 굉장히 혼란스러웠다"며 "아예 걸지를 말자"고 했다. 이어 "세 분이 당의 뿌리라는데 그들은 극과 극으로 싸웠던 사람들이다. 보수란 가치의 혼란이 오게 된 근거"라며 "(세 대통령의) 좋은 부분만 본받겠다는데, 국민은 이들의 부정적 측면만 바라보고 당을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의원은 통합당의 전신 새누리당의 사례를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패거리 정치의 극단적 모습을 담고 있다"며 "친박 대통령, 그것도 부족해 진박(진짜 친박) 대통령, 나중에는 최순실 대통령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잘못했을 때 그때그때 브레이크를 걸었다면 왜 탄핵을 당했겠나. 그냥 거수기로 끝난 것"이라며 "지금 여당도 똑같은 짓을 하고 있고, 177석을 가졌다고 한들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탄핵에 찬성한 배신자로 낙인찍혀 지금도 욕을 먹고 있지만, 다시 이런 상황이 와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며 "탄핵은 박 전 대통령만의 잘못이 아닌, 제대로 된 비판과 견제를 못 한 당시 여당과 야당의 공동 책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패권, 패거리 정치의 고리를 끊지 못해 (통합당이) 이 지경이 됐다. 엄청나게 많은 돈 중 70%가 당대표를 위해 쓰이고, 당대표는 조직에 더 심혈을 기울인다. 이러한 고리도 끊어야 한다"고 했다.
매일일보와 만난 한 통합당 관계자도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이 당 대표실에 걸려있는게 통합당을 오히려 좁게 만드는 것 같다"며 "외연확장 이야기를 하는 중인데, 이 전 대통령에 집착하니까 4·19 혁명은 어떻게 봐야하는지,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간 갈등은 어떻게 봐야하는지 혼란이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