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소리 나는 ATM 교체비용에 관련업계 울상…23일 시중 유통 앞둬
은행권, 신형 ATM 설치 부담…“우선 점포당 1대만”
ATM 업체, “물량은 없고 가격 경쟁에 단가만 하락”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오는 23일부터 5만원권 화폐가 시중에 유통된다. 한국은행은 5만원권이 시장에서 통용되게 되면 수표발행 비용 등에 따른 비용이 절감되고 일상 거래에서의 편의성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5만원권에 맞춘 상품들이 대거 출시되면 물가가 상승하고, 고액권인 만큼 화폐위조를 노리는 등의 범죄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섞인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관련 업계 역시 신권의 유통을 앞두고 골머리를 썩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이 야심차게 내놓은 5만원권 화폐 유통을 앞두고 시중은행, 금융자동화기기(ATM) 제작 업체 등 관련업계들의 얼굴이 밝지만은 않다. 5만원권이 기존 1만원권보다 가로길이가 6㎜ 길게 제작된 탓에 ATM기를 교체해야하는데 은행들은 내부 긴축정책으로 예산이 부족하고, ATM기 생산업체들은 업체간 가격 경쟁에 내몰리면서 남는 게 없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교체 비용 대당 2400여만원 달해
ATM업계에 따르면 기기 1대 교체비용은 2400여만원으로 은행권 전체가 ATM기를 전면 교체할 경우 은행들은 약 3000억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부담해야한다. 또 전면교체 없이 지폐 감별부만 교체하더라도 대당 660여만원에 달하는 비용이 소요된다. 은행들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금액인 것.이 같은 업계의 추산대로라면 5만원권 유통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는 곳은 당연히 ATM기 생산업체다. 그런데 이들마저도 울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에 따르면 금융권이 경제위기로 인해 정보기술에 투자되는 비용을 줄이고 있고, 그나마 생긴 발주물량도 업체 간 경쟁 때문에 ‘가격 후려치기’ 장사를 하고 있어 정작 돌아오는 이익이 없다는 게 업체측 주장이다.고액권 유통…득과 실은
그러나 전문가들은 업계의 이 같은 볼멘소리와 달리 5만원권의 유통으로 그동안 경제위기 이후 위축된 소비심리가 확대되고 일상에서의 거래도 한층 편리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6년 동안 물가가 12배 이상 오르고 국민소득도 150배 이상 높아진 반면 화폐의 최고 액면 금액은 1만원권으로 유지돼, 고가의 물품 구매할 때 여러 장의 수표에 이서해야 하는 등 불편이 따라왔던 게 사실이다. 또 고액권 발행으로 10만원권 수표이용률이 줄어들어 수표 발행비용도 자연스레 절감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에 따른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5만원권의 유통은 소비자의 기본 사용금액 단위 자체를 높여 물가상승을 초래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화폐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경제상황은 다양한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예측이나 통계자료에 의해 결정지을 수 없다. 일단 신사임당의 초상을 담은 5만원권 화폐는 오는 23일 시장에 풀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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