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단독 원구성을 강행한 더불어민주당이 3일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3차 추경 역시 단독으로 처리한다. 원구성 이후 나흘만이다. 야당은 물론이고 범여권인 정의당에서도 '졸속 심사'라는 비판이 거세지만 민주당은 '생트집'이라고 일축하며 추경 처리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민주당은 추경 처리 직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 역시 일사천리로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2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를 열어 지난달 4일 정부가 제출한 2020년도 3차 추경에 대한 마지막 증액심사를 진행했다. 예산소위라지만 민주당 소속 의원 5명만이 참여한 회의였다. 단 5명의 손에서 당초 35조원 가량이던 추경 규모는 40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증액된 예산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사태로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높아진 청년층을 달래기 위해 급조된 사업과 민주당 의원들의 지역구 쪽지예산 등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야권은 일제히 비난을 쏟아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대한민국 의회 사상 35조원(증액 이전)이나 되는 엄청난 금액을 불과 3일 만에 뚝딱해서 통과시키겠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며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3일까지 추경하자고 명령하니 일사천리 모습을 보인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을 거꾸로 돌리는 현상"이라고 했다. 같은 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하루 10조원 이상의 혈세를 심의 없이 청와대 앞잡이로 통과시켜주는 것"이라며 "일주일이라도 더 심사해서 제대로 된 예산을 하자는 제안조차 거부당했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민의의 전당이자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입법부가 날림 심사와 날림 통과로, 통법부와 거수기를 넘어 '청와대 심부름센터'로 전락했다"며 "무조건 추경을 통과시키라는 대통령 하명에 국민의 지갑은 영혼까지 털렸다"고 했다. 또 "여당은 35조원이 넘는 추경안 심사를 강행하고, 그것도 모자라 졸속으로 3조원 넘게 늘렸다"며 "자신들이 낼 돈이라면 이렇게 했겠냐"고 했다.
안 대표는 민주당의 다음 행보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그는 "추경안이 통과되고 나면 공수처법 차례일 것인데 벌써 여당 대표 입에서 법 개정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공수처장 추천에서 야당을 배제한 선례를 만들고 나면 그들은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중앙선관위원 임명 방식에도 손을 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