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가 북측 해상에서 피살된 사건에 대해 우리 정부가 남북 공동조사를 제안했지만 북한은 일주일이 넘도록 묵묵부답이다. 이에 따라 사건의 진상에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인 군의 감청기록 공개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한 우리 측 공동조사 제안에 북한의 반응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아직 북측으로부터 반응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어 북한의 침묵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우리도 북한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는 단계이고 북한이 하루 빨리 호응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긴급 안보장관회의를 주재했고, 이 자리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조사 요청이 북측에 공식 제기됐다. 문 대통령은 다음날 공개석상에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 국민들께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해온 것에 대해 각별한 의미로 받아들인다"면서도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남북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측이 우리 정부 요청에 침묵하면서 사실상 공동조사는 물 건너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사건의 진상을 밝혀낼 수 있는 유일한 열쇠인 감청기록이 화두에 올랐다. 이와 관련, 이씨의 친형인 이래진씨(55)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6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국방부에 사건 당시 감청 기록 등의 정보 공개를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족들은 △지난달 22일 오후 3시30분부터 오후 10시51분까지의 북한군 감청 녹음 파일 △역시 22일 오후 10시11분부터 오후 10시51분까지 북한군의 피격 공무원의 시신을 훼손하는 장면을 녹화한 녹화파일 등 두 가지를 요청할 예정이다.
하지만 군 당국이 보안을 이유로 감청기록 공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유족들의 요구가 수용될지는 불투명하다. 군 당국은 야당에서 흘러나오는 정보에 대해 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문홍식 국방부 대변인 직무대리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군 특수정보(SI)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군의 민감한 첩보사항들이 임의대로 가공되거나 무분별하게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그런 것들은 우리 군 임무수행에 많은 지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안보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의 첩보사항들이 이렇게 무분별하게 보도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깊은 유감을, 우려를 갖고 있다"고 했다.
전날 주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군 특수정보에 따르면 북한 상부에서 '762로 하라'고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며 "762는 북한군 소총 7.62㎜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야권에서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이 집중사격으로 총 맞고 불태워져 시신이 바다 속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친서 한 장에 감읍해서 침묵하는 나라, 이런 나라가 제정신이 박힌 나라겠느냐"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