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4일(이하 현지시간) 제46대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가 굳어지면서 한미 관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동맹을 금전적 관점에서 바라봤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후보는 전통적인 가치동맹으로서의 한미관계 복원 의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리셋 2.0’ 시대가 열릴 것이란 말도 나온다.
한미동맹을 경제적 관점에서만 바라봤던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관계에서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지난 10월 1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제52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결과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먼저 2008년 이후 매년 공동성명에 담겼던 ‘주한미군 유지 조항’ 문구가 12년 만에 빠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 협상을 압박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 문구를 공동성명에 반영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다분했다. 또 미측은 전시작전권 전환을 유예하면서 자국 군사장비 구매를 압박하기도 했다. 가치가 아닌 금전적 이해관계에 좌우되는 한미동맹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셈이다.
이와 달리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외교정책과 관련한 풍부한 경험을 쌓은 바이든 후보는 동맹관계의 회복을 전면에 내걸고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외교’로의 복귀에 중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그는 포린어페어즈 기고문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첫 임무로서 미국의 민주주의와 동맹관계를 복원하고, 미국의 경제적 미래를 보호하며, 미국이 다시 세계를 리드하게 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여기서 한미동맹은 특히 중요한 관심사항이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달 29일 연합뉴스 기고문에서 한미동맹에 대한 분명한 방향전환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는 “말은 중요하다. 그리고 대통령의 말은 훨씬 더 중요하다”며 “대통령으로서 나는 우리의 군대를 철수하겠다는 무모한 협박으로 한국을 갈취하기보다는, 동아시아와 그 이상의 지역에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의 동맹을 강화하면서 한국과 함께 설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한미동맹의 복원을 위해서는 우리 측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연구소 이상현 수석연구위원은 “동맹관리 차원에서 양측 모두 잘못된 시그널, 혹은 노이즈 관리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직 주미대사는 ‘70년 전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또 ‘우리 국익이 돼야 미국을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 장관은 한미동맹이 ‘냉전동맹’이라고 했고, 국회 외통위원장은 유엔사가 ‘족보가 없는 존재’라고 했다”며 “모두 개인적 소신과 공직이 갖는 무게를 구별하지 못한 신중하지 못한 발언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