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의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이 발의됐다. 전날 국민의힘이 정의당과 만나 "산업재해 문제는 각 당의 입장을 떠나 초당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며 협력을 약속한 지 하루 만이다. 앞서 정의당은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중대재해법을 당론 발의한 바 있다.
민주당 노동존중실천추진단 소속 의원들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대,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고, 결국 재해로 인한 노동자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며 중대재해법 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존중추진단장인 우원식 의원은 "법은 처벌의 수위가 중요한 게 아닌 기업 최고 책임자와 원청 책임자에게 안전관리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사고 발생 시 의무 위반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지게 하는 게 핵심"이라며 "법안 제정은 '권한이 있는 곳에 책임이 있다'는 상식적인 법의 원리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의원과 박주민 의원이 공동발의하는 중대재해법은 우선 중대한 산업·시민재해가 발생할 경우, 산업 현장의 전 책임을 법인·사업주·경영책임자·공무원에 부과하고, 이를 어길 시 처벌이 가능하도록 한다. 또 사업주에게는 징벌적 벌금을 부과하고, 징역에는 하한선을 두기로 했다. 손해배상 금액은 손해액의 5배를 내도록 한다. 만약 경영책임자가 위험 의무를 소홀히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연매출의 10% 범위 내의 벌금을 부과한다.
당초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지난 9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중대재해법의 제정 필요성을 언급했으나, 당 내에선 법안을 새로 만드는 대신 산업안전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마저도 관련 상임위 회의 과정에서 지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노동자 국민의 생명이 걸린 약속을 고작 2개월만에 뒤집어엎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전날 정의당, 노동계와 중대 재해 방지 및 예방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갖고 정의당의 중대재해법에 대한 연대 의사를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산업 재해 문제는 각 당의 입장을 떠나 초당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며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법을 입법할 수 있다"고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