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포크, 그랑데AI 등 프로젝트 프리즘 혁신 지속
맞춤형 가전으로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 이끌어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가 올해 영업이익 1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생활가전사업부 역사상 최대 실적이다.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장이 취임 첫해 더할 나위 없는 데뷔전을 치른 것이다.
17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의 올해 영업이익 1조원 돌파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생활가전사업부 실적을 별도로 발표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비자가전(CE) 부문에서 TV 부문을 제외하면 유추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를 딛고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배경에는 이재승 사업부장의 ‘소비자 중심’ 경영 철학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이제는 가전을 나답게’ 통합 슬로건을 적용했다. 이 사업부장은 지난 8월 기고문에서 “이 짧은 한 문장(통합 슬로건) 속에는 소비자들이 삼성만의 차별화된 기술과 디자인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가전제품의 혁신을 이뤄나가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가전 시장은 과거 획일화·정형화된 제품에서 본인들의 개성·취향이 반영되는 제품 위주로 대세가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소비자의 변화를 포착해 지난해 프로젝트 프리즘을 시작했다. 프로젝트 프리즘의 ‘취향 가전’ 철학은 올해 이 사업부장 시대에서 통합 슬로건 적용을 통해 삼성 생활가전 사업부 전체로 확대했다.
삼성전자의 취향 가전 전략은 프리미엄 시장에서 통했다. 프로젝트 프리즘 1탄 ‘비스포크’ 냉장고 도입 이후 포화된 국내 냉장고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실질적인 매출 증대 효과를 거둬 상반기 누계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성장했다. 프로젝트 프리즘 2탄 ‘그랑데AI’ 출시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세탁기와 건조기 부문에서 상반기 누계로 전년 동기 대비 국내 시장에서 각각 35%, 60% 수준 매출 성장을 이뤘다.
프로젝트 프리즘 3탄 ‘뉴 셰프컬렉션’ 냉장고는 취향 가전의 결정판이다. 뉴 셰프컬렉션는 비스포크 수납존은 195만여 개의 소비자 식품 구매 패턴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로 최적의 조합을 제안한다. 이 사업부장은 지난 7월 뉴 셰프컬렉션 냉장고를 직접 소개하며 “보다 진화한 개인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비스포크 개념을 외부에서 내부까지 확장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제품 판매 증가는 다른 제품군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줬다. 프리미엄 제품 확대가 삼성전자 생활가전 전체 브랜드 가치 제고로 이어지면서다. 이러한 동력에 힘입어 삼성전자 건조기는 지난 7월 역대 최고 국내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식기세척기는 올해 11월 2주차까지 전 세계 시장에서 100만대 이상을 팔았다.
마케팅 다변화 전략도 생활가전 최대 실적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비스포크 큐브 냉장고를 클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깜짝 선보였다. 맥주, 와인, 화장품 등을 최적의 상태로 보관하는 비스포크 큐브 냉장고의 제품 특성을 고려해 밀레니얼을 겨냥한 것이다.
인공지능(AI), 로봇 등을 활용한 미래 가전의 발전 속도가 더딘 것은 아쉽다는 평가다. 이 사업부장은 “미래의 가전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다양한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을 가전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세계 최대 IT·전자쇼(CES) 2020에서 삼성전자는 지능형 로봇 볼리를 공개한 뒤로 이렇다 할 추가적인 로봇, AI를 활용한 미래 가전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소비자 중심의 맞춤형 가전으로 프리미엄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재승 사업부장이 앞으로 선보일 삼성의 소비자 맞춤형 가전의 미래가 무엇일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