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개발실부터 무선사업부장까지 고동진 대표 빼닮은 행보…흥행 성패도 판박이
미‧중 갈등 따른 화웨이 및 코로나19 변수, 유연하고 빠른 대처 ‘젊은 감각’ 필요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지난해 말 삼성전자의 인사 코드는 신성장 사업 및 핵심기술 개발과 함께 미래성장을 주도하는데 있었다. 이를 위해 사장단부터 임원 인사까지 전략적 사업 능력이 우수한 젊은 층에게 기회를 제공해 미래 CEO 후보군을 두텁게 했다. 이의 일환으로 IM사업부의 핵심 부서인 무선사업부장을 맡은 노태문 사장은 올해 새로운 시대를 의미하는 갤럭시S20과 갤럭시노트20 등을 선보이는 등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고동진 IM부문장의 뒤를 잇고 있는 노 사장은 고 대표와 마찬가지로 무선개발실장에서 무선사업부장을 맡으며 스마트폰 사업을 이끌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다른 부서에 비해 실적이 신통치 않았다. 성적의 온도차로 상반기와 하반기 지옥과 천당을 오고가는 일도 있었다.
삼성전자 IM부문의 지난 2분기 매출은 8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변수로 작용하며 오프라인 영업부진 영향이 컸다. 2분기 매출액은 20조7500억원, 영업이익은 1조9500억원이었다.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20조원 아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었다.
수익성 측면에서 마케팅비 절감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개선됐지만, 갤럭시S20이라는 플래그십 제품의 판매 저조는 갤럭시S 시리즈의 개발과 성공을 일군 노태문 사장에겐 타격일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2분기에는 중국 화웨이에 스마트폰 출하량 1위 자리를 일시적으로 빼앗기기까지 했다.
다만 IM부문은 스마트폰 사업부의 실적 개선으로 3분기에 3년 만에 최대 실적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신임 사업부장을 내세우면서 경영 전반의 폭넓은 경험과 전략적 사업 능력을 중시해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듯이 빠른 대처로 위기를 모면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모습은 선임이었던 고동진 IM부문장과 많은 모습에서 유사하다. 고동진 대표와 함께 무선개발실에서 근무하며 갤럭시 시리즈 개발을 실질적으로 함께 이끌었고, 고동진 대표가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 등으로 홍역을 치렀듯이 코로나19 변수로 야심차게 내놓은 갤럭시S20의 흥행 참패를 겪었다.
애초에 노태문 사장이 무선사업부장을 맡았을 때부터, 향후 고동진 대표의 후계자로 유력시되는 인물의 역할과 책임을 더욱 강화하는 인사라는 평가가 많았다.
노 사장은 프리미엄 제품군 강화와 함께 중저가폰 전략을 따로 가져가면서 견고한 마니아층 확보와 함께 보급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코로나19로 성능이 상향평준화된 보급폰이 인기를 끌면서 하반기에는 이에 대한 전략도 같이 가져가고 있다.
다만 상반기 위기를 3분기 들어 무사히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문의 시선은 남아 있다. 중국 화웨이가 미국과 중국 간 갈등으로 주저앉으면서 어부지리 1위를 차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4분기 이후 미국에서 스마트폰용 반도체 공급을 허락할 경우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가 회복될 수 있고, 애플의 신제품 출시 등 추격도 만만치 않아 향후 스마트폰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노태문 사장은 1968년생으로 사장단에서 가장 젊은 축에 속한다. 올해 반도체와 생활가전부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지 못한 성적을 올린 무선사업부가 올해 4분기와 내년 확실하게 반등하기 위해서는 노 사장의 전문가적 경험과 불확실성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판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