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위기가 불평등을 키운다는 공식을 반드시 깨겠다.”
지난 6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응으로 한국판 뉴딜 추진을 선언하면서 이같이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 문 대통령의 약속은 ‘미완의 약속’으로 남아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의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는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된 올해 3월부터 연말까지 10개월 간 코로나 충격파는 한국 경제에 ‘K자형’ 양극화를 불러왔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정보통신기술이 도약하고 비대면 수요가 증가하면서 대기업이 주도하는 관련 분야 수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 등 대면 산업은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실물경제 내에 양극화를 부른 것이다.
이 같은 산업 간 양극화는 고용시장의 양극화, 더 나아가 소득분배 양극화로 이어졌다. 지난 3분기 소득분배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4.88로, 지난해 같은 분기의 4.66보다 0.22배 높아졌다. 5분위 배율은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 소득을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배율이 높을수록 소득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의미다.
실물경제가 K자형 양극화를 보이는 상황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풀린 돈은 자산의 양극화를 부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중앙은행이 장기간 금리를 낮게 유지하면서 실물과 자산 가격 간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며 “자산 가격이 높아져도 과거와 같은 ‘부의 효과’(자산 증가에 따른 소비 확대)는 제한적인 반면 자산불평등 확대와 금융 불균형 누증 등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특히 “최근 주택가격 상승 속도가 소득 증가율이나 실물경제 상황에 비해 과도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