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전기룡 기자] 상표권. ‘백종원의 골목시장’이란 프로그램에서 최근 화두로 떠오른 단어이다. 요식업계 전문가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지역상권에 도움을 주기 위해 식당별로 장사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하고,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상표권이 거론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건은 포항 덮죽집에서 발생했다. 덮죽집은 기존에 수제 냉동돈가스를 판매했던 가게이다. 하지만 사장님의 아이디어로 덮죽이라는 새로운 메뉴가 개발됐고, 백종원 대표가 호평을 하면서 전국에 이름이 알려졌다. 이후 덮죽집은 줄을 서야만 먹을 수 있는 맛집으로 거듭났다.
그랬던 덮죽집에 시련이 찾아온 것은 기존 사장님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제3자가 ‘덮죽덮죽’이라는 프랜차이즈를 론칭하면서다. 또 서울 강남 소재의 ‘덮죽덮죽’ 매장이 ‘골목 저격 시소덮죽’, ‘골목 저격 소문덮죽’ 등 포항 덮죽집을 연상시키는 메뉴를 팔기 시작하면서 논란이 됐다.
제3자가 특허청에 ‘덮죽덮죽’이라는 상표권을 출원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포항 덮죽집 사장님의 메뉴 개발에 대한 노력이 비춰졌던 만큼 해당 소식은 전국민적으로 공분을 사는 계기가 됐다.
다행스러운 점은 포항 덮죽의 상표권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상표법에는 모방 상표를 등록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존재한다. 고객이 모방된 상표로 혼란을 겪을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증빙자료와 이의신청을 통해 상표권 등록을 저지할 수 있다.
상표권 침해가 발생하는 것은 비단 요식업계만이 아니다. 일례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는 ‘하나한강아이파크뷰’란 이름의 빌라가 있다. 누가 봐도 HDC현대산업개발의 주택 브랜드인 ‘아이파크’를 연상시키는 이 빌라는 놀랍게도 HDC현대산업개발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해당 빌라를 시공한 곳은 하나아이앤디라는 이름의 중소 건설사이다. 이 건설사는 회사명에서 딴 ‘아이’에 안락함을 표현하겠다는 취지로 ‘파크’를 더해 빌라의 이름을 지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은 1998년 ‘아이파크’ 상표권을 첫 출원했다. 하나아이앤디가 2002년 설립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표권 침해가 아니라고 하기에 무리가 있다. 결국 ‘하나한강아이파크뷰’는 빌라명을 바꾸고 건물 내·외부에 존재하는 아이파크 로고를 제거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하나한강아이파크뷰’의 입주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여지가 있다는 점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포항 덮죽집인줄 알고 ‘덮죽덮죽’에서 음식을 주문했던 고객들과 규모면에서 차이가 나지만 맥락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무분별한 상표권 침해를 방지해야 하는 이유이다.